와우! 과학

[와우! 과학] 박쥐가 먹이를 잡을 때 소리를 줄이는 이유는?

작성 2021.03.11 10:23 ㅣ 수정 2021.03.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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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생쥐귀박쥐 군락
동물이 스스로 낸 소리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듣고 사물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을 반향정위(echolocation)라고 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부딪히지 않고 자유롭게 비행하는 박쥐나 깊은 바다에서도 보지 않고 먹이를 찾는 돌고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히 박쥐는 물속보다 음파의 전달이 느린 공기 중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주변 지형을 인식하고 나방 같은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 지구상 최고의 반향정위 전문가다. 과학자들은 그 비결을 알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연구팀은 2017~2019년 사이 불가리아에 서식하는 큰생쥐귀박쥐(greater mouse-eared bat. 학명 myotis myotis)가 사냥할 때 초음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연구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체중 45g의 작은 박쥐의 등에 부착할 수 있는 전자 태그를 개발했다.(사진) 연구팀이 개발한 3.5g 무게의 전자 태그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초음파 마이크로폰, 가속도계 및 위치 추적기,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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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에 사용된 전자 태그.
연구팀은 10마리의 암컷 큰생쥐귀박쥐를 포획한 후 전자 태그를 붙이고 다시 방사했다. 이 전자 태그는 무해한 접착제로 붙어 있어 2일에서 14일 사이 자동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전자 태그가 자동으로 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박쥐를 다시 포획해 수동으로 제거한 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데이터 분석 결과 박쥐들은 전자 태그에도 불구하고 수백 번에 걸쳐 적극적으로 곤충을 사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등에 매달린 이물질이 거추장스럽긴 했겠지만, 박쥐도 먹고 살려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평소처럼 사냥했을 것이다. 연구팀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먹이를 잡기 전 박쥐의 초음파 신호가 예상외로 약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먹이를 쫓을 때 신호를 높이는 대신 반대로 줄인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이외의 결과가 아니다. 초음파 신호의 강도를 낮추면 멀리 떨어진 물체에서 오는 신호는 잘 들리지 않는 대신 가까이 있는 사냥감과 장애물의 신호만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오히려 소리를 줄여야 사냥감에 집중할 수 있다. 사냥감을 쫓는 사자나 호랑이가 시선을 목표에 고정하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줄일수록 집중하기 쉬워지는 것은 초음파 신호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큰생쥐귀박쥐의 지혜는 인간 세상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자연의 가르침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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