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방사청, 위험한 ‘KFX 도박’...30兆짜리 부실 무기 만드나

작성 2015.10.06 13:43 ㅣ 수정 2015.10.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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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0만 라인의 방대한 소스코드로 작동되는 F-35의 다양한 센서들
출처=미국 F-35 개발 JSF프로그램사무국(JPO)


--미국 기술이전 거부 탄로나자 이번엔 무리수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전투기(KFX)의 핵심 구성품 가운데 하나인 능동전자주사식(AESA :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 국내 개발을 가속하기로 했다고 5일 밝히면서 가능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방사청이 공언한 기간 내에 AESA 레이더 개발과 이 레이더를 운용할 수 있는 체계 통합이 가능한지 여부와 이 레이더가 과연 우리 공군의 작전 요구 능력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방사청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KFX에 장착될 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 일정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수립중이다"라고 밝혔다. 당초 방사청은 한국형 전투기 초도 양산분부터 제3국 협력으로 개발한 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후속 양산 단계에서 순수 국내 개발 AESA 레이더를 장착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 일정을 대폭 앞당긴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방사청의 이러한 계획은 당초 2020~2024년으로 계획된 시험개발 2단계 일정을 2017~2021년으로 3년 앞당기는 것이 핵심이며, 방사청은 이 기간 내에 AESA 레이더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은 "AESA 레이더 하드웨어 개발은 국내 개발이 가능한 상태이며, 소프트웨어는 제3국 업체에서 알고리즘을 획득해 국내에서 소스코드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이 접촉하고 있는 제3국 업체는 영국 Selex社, 스웨덴 SAAB社, 이스라엘 ELTA社 등 3개 업체이며, 특히 SAAB의 경우 이미 LIG넥스원의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한 관련 기술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며, LIG넥스원은 지난해부터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 바 있다.

-소스코드가 뭐길래?...개발 격론

방사청은 이들 업체로부터 하드웨어 관련 기술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제공 받아 이를 토대로 독자적인 소스 코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인데 이것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소스코드(Source code)는 전투기라는 하드웨어를 움직이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C++언어로 작성되는 이 소스코드는 F-35A의 경우 미 연방회계감사국(GAO :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추정 1800만 라인이라는 방대한 규모로 작성되고 있고, F/A-18E/F는 110만 라인, F-22A는 220만 라인의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스코드는 수백 수천개의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수백만~수천만 라인의 명령어이기 때문에 작성 자체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 전문 인력이 필요하며, 각각의 명령어가 어떤 상호작용과 충돌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 역시 대단히 긴 시간과 노력, 예산이 필요하다. 전투기와 그 구성요소 개발 과정에 있어 가장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가 바로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이며,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 일정 전체의 지연 문제 역시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발생한다.

특히 전투기 개발 사업에서 AESA 레이더 및 이 레이더의 체계 통합을 위한 소스코드 개발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기술적 리스크와 비용 문제가 크기 때문에 F-35와 같은 대규모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나 유로파이터처럼 국제공동개발하는 형식이 아니면 기존 소스코드를 이용하거나 JAS-39E/F와 같이 해외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구매해 적용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해외 협력업체로부터 알고리즘만 제공 받으면 수 년 내에 전투기 개발의 가장 큰 난관인 AESA 레이더와 소스코드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다. 실제 기술 수준과 관계없이 일단 사업만 가면 된다는 방사청의 이러한 밀어붙이기식 사업관리 관행 때문에 K2 흑표전차의 전력화가 늦어지고 국산 파워팩의 ROC가 하향 조정되는 등 파행을 겪은 사례가 있지만, 방사청은 그래도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지상공격 안 되는 반쪽짜리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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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전 초 막대한 공군전력 투입이 요구되는 수도권 전방 대화력전 수행 개념
이일우 제작


방위사업청은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거부당한 IRST(Infrared Search and Tracking)나 EOTGP(Electronic Optics Targeting Pod), RF Jammer와 같은 장비 역시 국내 기술로 개발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불과 수 주일 전까지 기술이전 없이 개발이 어렵다는 입장에서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물론 이들 장비의 국내 개발은 가능하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KFX 전력화 시기가 늦춰지고 이는 2020년대 이후 공군 전투기 전력 부족이라는 산불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된다.

방사청이 제시한대로 2021년까지 해외 업체의 협력으로 1단계 버전(KFX Block 1)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문제다. 공군에게 필요한 KFX는 적 전투기와 싸우는 공대공 능력은 물론, 북한의 장사정포나 미사일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능력도 갖춰야 하지만, 1단계 버전에서는 이러한 능력은 제외됐다. 다시 말해 KFX 1단계 버전은 지금의 F-15K나 KF-16이 수행하는 지상 정밀타격 능력이 없는 상태로 등장한다는 이야기다.

유사시 우리 공군 작전계획인 기계획공중임무명령서(Pre-ATO : Prepositioned Air Tasking Order)에 반영된 전투기 임무 소요의 대부분은 지상 타격이다. 북한의 장사정포를 타격하는 대화력전(ATK, X-ATK) 임무 수행부터 적 전쟁지도부 및 지휘통신시설을 제압하는 항공차단(AI : Air Interdiction), 밀려오는 적 지상군에 대한 공습 임무인 전장항공차단(BAI : Battlefield Air Interdiction), 근접항공지원(CAS : Close Air Support)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레이더가 지상의 지형지물과 표적을 정확히 구별하고 추적할 수 있는 정밀 지상 매핑(Precision Ground Mapping) 능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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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35의 APG-81 레이더가 구현한 지상 표적 형상
출처=미국 F-35 개발 JSF프로그램사무국(JPO)


미국과 유럽의 최신 AESA 레이더는 소프트웨어 발전에 힘입어 레이더를 이용한 합성개구(SA : Synthetic Aperture) 능력과 지상이동표적조준(GMTI : Ground Moving Target Indicator)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합성개구능력이란 빛 한 점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레이더가 쏴서 지상에 맞고 돌아온 전파를 분석해 3D 이미지화하는 능력인데, 이 능력이 우수할수록 지상에 있는 건물이나 차량을 보다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지상 공격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이미지화 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지만,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막대한 예산과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도 F-35를 개발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예산 증가 문제를 겪었고, 유럽 역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여러 국가가 분업하여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기술적 능력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선진국도 어려워하는 다목적 AESA 레이더를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은 10년 이내에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방사청이 공언한 1단계 버전이 등장하는 2021년까지는 이러한 기술 구현이 어려우니 2단계 버전부터 정밀 지상 매핑 능력을 적용한다는 조건부를 달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밀 지상 매핑 능력이 없는 레이더를 장착한 KFX는 문자 그대로 ‘혈세 낭비’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공군 작전의 대부분은 지상 공격 임무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밀 지상 매핑 능력이 필요하다. 즉, 공대공 전투만 가능한 KFX는 공군에 도입되더라도 작전 투입에 적잖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추후 개량사업을 진행하려면 추가 예산이 더 들어간다. 즉, 전력 유지 효과도 낮고 비용 대 효율성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다.

이 때문에 KFX 사업 전반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의 기술이전 협상에 실패한 방사청이 외부의 비난을 잠재우고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되는 핵심 장비 개발이 가능하며, 그 일정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는 무리수를 둠으로써 KFX가 촉박한 일정과 제한된 예산 속에서 탄생한 수많은 한국형 부실 무기들의 전철을 밟을 위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홍상어...K-11소총...흑표전차... 전철 되풀이?

방위사업청은 기술이 없음에도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업체들에게 한정된 예산과 촉박한 개발 일정을 주고 개발을 밀어붙였던 ‘한국형 명품무기’ 홍상어 대잠 미사일이나 K-11 복합소총 사업, K2 흑표전차 파워팩 개발 사업 등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크게 지탄을 받은 바 있었다. 그러나 KFX는 수 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다른 무기체계 개발과 달리 개발과 양산까지 30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으로 실패했을 경우 막대한 국고 낭비와 심각한 전력 공백이라는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투기 개발의 노하우가 부족하고, 관련 예산이나 시한이 촉박하다면 이미 개발된 해외 장비와 부품을 적용하는 등 유연한 사업 방식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이 같은 개발 방식은 항공선진국 스웨덴이 JAS-39 그리펜을 개발하면서 채택한 바 있고, 그리펜은 요구된 개발 기간과 예산을 비교적 만족시키며 가격을 안정시킴은 물론, 우수한 성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동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등 틈새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KFX 개발의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만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내 임기 중에 사업부터 가고 보자” 또는 “예산 절감 우수 실적을 쌓아보자”는 관료들의 실적주의 탈피와 현미경식 외부 감사를 통한 투명하고도 합리적인 사업진행, 그리고 필요하다면 예산과 기한을 더 부여할 수 있는 사업 유연성의 확보다. 이 때문에 KFX 사업단을 총리실 산하에 두고 범정부적인 기구로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방위사업청은 ‘전문성’과 ‘효율성’ 문제를 들며 KFX 사업단을 방사청 아래 계속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위사업청의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 책임자는 ‘육군대령’이지만 말이다.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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