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주요언론은 페루 연안의 해양 퇴적물에서 네다리가 달린 고대 고래의 화석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잘 알려진대로 고래는 줄곧 바다에서 생활하는데도 폐로 호흡하는 따뜻한 피를 가진 포유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대 고래가 처음에는 육지에서 살다가 해양으로 서식처를 옮기면서 진화한 것으로 여겨왔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과거 파키스탄과 인도 등지에서 발견된 고대 고래 화석인 '파키세투스'(Pakicetus)다. 약 5000만년 전 이 지역 물가에서 살았던 파키세투스는 네 다리와 긴 꼬리를 가진 늑대 정도의 몸집을 가졌으며 최고(最古)의 원시적 고래류로 추정되어왔다.
이번에 페루에서 발견된 화석은 4260만 년 전 것으로 네 다리와 발굽 그리고 긴 꼬리를 갖고있다. 길이는 꼬리를 포함해 약 4m 정도로 형태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육지에서도 잘 걷고 바다에서도 잘 헤엄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벨기에 왕립 자연과학연구소 올리비에 랑베르 박사는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 지역에서 발견된 것보다 보존 상태가 훨씬 완벽한 화석"이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물에서 보냈으며 출산을 위해 다시 육지로 올라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석 발견이 더욱 의미있는 것은 고래 진화의 미스터리 해결은 물론 그 확산 경로에 대한 궁금증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약 5000만 년 전 고대 고래가 지금의 남아시아 지역에서 시작해 북아프리카와 북미 지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번 화석 발견으로 이 고대 고래가 대서양을 헤엄쳐 지금 거리의 절반인 남미에 도착했으며 이후 북미 대륙으로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연구팀은 이 고래 화석을 '태평양에 도착한 여행하는 고래'라는 의미의 ‘페레고세투스 파시피쿠스’(Peregocetus pacificus)로 명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4일자)에 실렸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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