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구름에 달 가듯이 - 영월 김삿갓문학관

작성 2019.12.05 11:10 ㅣ 수정 2019.12.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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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에 위치한 김삿갓 문학관은 우리나라 대표 방랑시인 김병연의 삶을 기록하고 작품을 모아 놓은 곳이다
“아임 유어 파더.”(I’m your father)


너무나도 익숙한 대사다. 헐리우드 대작 영화인 <스타워즈5: 제국의 역습>(1980)에서 천하에 나쁜 놈(?)이자 인기 캐릭터인 악당 ‘다스베이더’가 광선검을 휘두르며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던진 한 마디. ‘내가 너의 아버지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스타워즈 인기도 급등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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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삿갓이라는 별명은 시인 김병연이 평생을 푸른 하늘을 피해 삿갓을 쓰고 다녔기 때문에 생겼다.

이렇듯 각종 영화,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은 본격적인 시청률 상승을 위한 극약 처방으로 사용되어 왔다. 연인관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배다른 남매였으며, 세입자가 어릴 때 잃어버린 아들이며, 죽도록 사랑하는 여인은 집안의 원수의 딸이고, 동네 이사 온 막장 아주머니가 자신의 친어머니다. 요새는 그것도 약발(?)이 안 먹히자 아예 사돈의 팔촌이 형제가 되고 죽었던 사람마저 살려 낸다. 진짜 출생의 비밀의 원조를 확인한다. 영월 김삿갓 문학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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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관 내부에는 김병연이 남긴 한시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박물관
강원도 영월을 가로지르는 남한강의 지류인 옥동천을 따라 영주방향으로 천천히 내려가다 보면 와석교를 건넌다. 갑자기 온 마을이 ‘김삿갓’으로 도배된 듯 세상천지가 김삿갓 글자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김삿갓 식당, 김삿갓 슈퍼, 김삿갓 면사무소, 김삿갓 민박 등등 전부 김삿갓이다. 김삿갓 마을로 제대로 온 것은 맞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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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에는 김병연의 기구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사진=박물관
원래 이 마을의 이름은 조선시대부터 영월군 하동면(下東面)으로 불렸다. 흔히들 김삿갓으로 불리는 조선시대 시인 김병연(1807~1863)의 묘가 1982년 하동면 와석리 어둔마을에서 발견되자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9년 마을 이름을 아예 ‘영월군 김삿갓면’으로 바꾸었다.

감삿갓이라 불린 난고 김병연의 삶은 참으로 기구하였다. 말 그대로 출생의 비밀을 안고 한 평생 전국을 구름처럼 흘러 세월을 보낸 사내다. 그는 1807년(순조7년) 3월 13일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다. 원래 그의 집안은 안동김씨 세도가였지만 5세 때 평안도 선천 지역의 부사였던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에 투항한 죄로 처형당한다.

이때 집안은 멸족이 된다. 할머니 전주 이씨는 광주의 관비로, 부친은 남해로 귀향을 가고 모친은 여주 이천으로 피신하게 된다. 이후 조부의 죄가 멸족에서 폐족으로 감형이 되자 모친은 세인의 괄시와 천대를 피해 영월 땅에서도 궁벽진 삼옥리로 이주하여 간신히 생활을 이어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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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연의 생가 및 삶의 흔적을 복원하여 관람객들에게 전시하고 있다.
스무살 병연에게 비극이 시작된다. 그 해 영월 동현에서 실시한 백일장에서 병연은 친할아버지인 김익순을 호되게 비판하는 글을 지어 장원을 하였다.

그러나 후일 모친으로부터 집안 내력을 듣고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이라 스스로 여겨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는 자손이라고 자책하며 삿갓을 쓰고 죽장을 짚고 다녔으므로 김삿갓 또는 김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당시 조선 후기 양반들이 짓던 한시의 전형적인 주제와 틀에서 벗어나 민중의 삶을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자유로운 형식의 시를 썼던 천재시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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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삿갓 문학관 제 3 전시실에는 김삿갓 프로젝트라고 하여 다양한 인터렉티브 미술도 전시하고 있다.사진=박물관
바로 이런 김병연의 기구했던 삶과 문학을 기록하고 의미를 남긴 곳이 난고 김삿갓 문학관이다. 강원도 시책 사업인 "강원의 얼 선양사업"의 하나로 2003년 10월에 개관하였으며 김병연과 관련된 서책, 기증자료 등으로 총 3개의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삿갓 문학관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 5개 만점)

- 문학관 자체보다는 주변 계곡이나 경치는 훌륭하다. 여름에 방문 추천!

2. 누구와 함께?

- 가족과 영월 계곡에 발을 담구다 가볍게 들리면 좋다.

3. 가는 방법은?

-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김삿갓로 216-22

- 옥동천의 지류인 곡동천을 따라 꼬불꼬불 내려가야 한다. 경치가 훌륭하다.

4. 김삿갓 문학관 방문의 특징은?

- 문학관보다는 인근에 김삿갓 계곡으로 이름난 옥동천, 곡동천 풍광이 아름답다.

5. 방문시 유의점은?

- 여름의 경우 좁은 도로에서 운전 조심.

6. 꼭 가 볼 장소는?

- 김삿갓 묘역, 김삿갓 문학공원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먹거리는?

- 영월 시내 닭강정 ‘일미강정식당’, 동치미국수 ‘연당동치미’, 다슬기해장국 ‘성호식당’, 감자전 ‘고향’. ‘강원토속식당’, 송어회 ‘옥동송어장’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ywmuseum.com/museum/index.do?museum_no=7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고씨동굴, 별마로 천문대, 청령포, 한반도지형

10. 총평 및 당부사항

- 김삿갓 문학관은 영월의 관광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건립된 기념관이다. 규모가 작고 큰 특징은 없으나 주변 자연 풍광이 훌륭한 곳이 영월 김삿갓면이다. 소백산 자락이 시작되는 곳으로 도시의 바쁜 삶에서 벗어난 고즈넉한 슬로시티의 여유를 체험할 수 있는 곳.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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