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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남미] 코로나19 확진 엄마 홀로 돌보던 14세 효자의 죽음

작성 2020.04.09 09:16 ㅣ 수정 2020.04.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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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엄마의 곁을 끝까지 지키며 간병하던 14살 멕시코 소년이 사고로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멕시코 에카테페크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여성 아드리아나(37)는 지난달 23일(이하 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입원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그에게 병원은 "집에서 쉬면서 다른 사람들이 감염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했다.

격리에 들어가면서 아드리아는 자식들을 외가로 보내기로 했다. 남편과 헤어진 그에게는 15살 장남, 14살 차남, 막내인 쌍둥이 등 아들 넷이 있다.

아드리아나는 네 아들 모두를 외가로 보내려 했지만 14살 둘째 아들(사진)은 엄마의 곁을 지키겠다고 했다. 결국 장남과 막내 쌍둥이만 감염 위험을 피해 외가로 가고 둘째 아들은 엄마 곁에 남았다. 형제들은 모두 떠났지만 끝까지 엄마를 돌보던 둘째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건 감전사고였다.

지난 3일 아드리아나는 갑자기 호흡곤란이 심해지면서 병원으로 실려갔다. 앰뷸런스를 불러 엄마를 병원까지 데려간 둘째 아들은 엄마가 퇴원하기 전 청소를 해놓겠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주거환경이 열악해 아드리아나 집에는 물펌프가 설치돼 있다. 청소 때 물을 사용하려면 펌프를 켜야 한다. 둘째 아들은 펌프 전원을 켜다가 감전돼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가 난 날 에카테페크에선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다. 벼락이 떨어지면서 감전사고가 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드리아나는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둘째 아들이 남긴 말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진다.

아들들에게 외가로 가라고 하자 둘째 아들은 엄마의 손을 꼭 잡으며 "엄마, 코로나19 걸렸는데 혼자 있다간 죽어, 엄마가 죽으면 난 어떡해? 죽으려면 우리 함께 죽어야지"라고 절규했다고 한다. 아드리아나는 "아들이 남긴 말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아드리아나는 "둘째가 엄마에 대한 정이 가장 많았고, 집안일도 가장 많이 돕곤 했다"며 "몹쓸 병에 걸린 엄마를 돌보다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으니 내가 아들을 죽인 것 다를 게 없다"고 오열했다. 한편 아드리아나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드리아나는 얼마 전 전철역에서 공원으로 가는 아시아인 3명을 택시에 태운 적이 있다. 이후 발열이 시작돼 검사를 받았고, 확진 판정이 나왔다.

사진=페이스북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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