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미

[여기는 남미] 마약 조직이 코로나19 대책 결정하는 멕시코

작성 2020.05.08 09:20 ㅣ 수정 2020.05.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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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마약카르텔 '로스차피토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통행금지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시날로아주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로스차피토스'는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아들들이 이끌고 있는 마약카르텔이다.

마약카르텔이 야간통행을 금지했다는 주장은 지난달 14일(이하 현지시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엘마라는 여성이 올린 동영상을 보면 자동차를 타고 확성기로 경고방송을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밤 10시부터 주민들은 외출을 하지 말고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린다"면서 "이는 (마약카르텔) '로스치피토스'의 윗선에서 내려온 명령"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남자는 "우린 장난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민은 요절이 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마약카르텔의 경고방송을 담은 영상은 또 있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남자는 "주간에 통행할 수 있는 사람은 출퇴근하는 직장인 뿐"이라면서 "아무런 이유 없이 외출하는 사람은 이틀간 잡혀가 갇혀 있게 될 것"이라고 주의를 준다.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시날로아주의 쿨리아칸이라는 곳이다. 시날로아주는 멕시코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한 곳이다. 확진자 수는 멕시코의 32개 주 가운데 5위를 달리고 있다.

마약카르텔이 야간통행을 금지했다는 말이 꼬리를 물고 퍼지자 현지 언론은 시날로아주에 통행금지를 발령했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날로아주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주민들에게 자가격리를 권하고 있지만 강제봉쇄령을 내린 적은 없다.

하지만 주정부는 지금까지 답변을 미룬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통행금지를 명령한 적이 없다고 사실상 확인한 셈이다.

쿨리아칸 주민들은 자칫 봉변을 당하는 게 아니냐며 바짝 몸을 사리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주민은 "식료품을 사기 위해선 외출이 불가피한데 혹시라도 마약카르텔의 눈에 띌까 걱정"이라면서 "마약카르텔이 본보기를 삼기 위해 어쩌면 무참한 처벌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쿨리아칸을 장악하고 있는 건 제도권 권력이 아니라 마약카르텔"이라면서 "두려움에 떠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소수의견이지만 마약카르텔을 칭찬하는 주민들도 있다. 코로나19를 잡기 위해선 통행금지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는데 마침 마약카르텔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사진=시날로아 치안부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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