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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공’부터 ‘기린의 수호자’까지…800대1 경쟁률 뚫은 동물사진들

작성 2020.05.14 13:54 ㅣ 수정 2020.05.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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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의 자연사박물관인 미국 ‘캘리포니아과학아카데미’가 주관하는 ‘빅픽처 세계 자연사진 공모전’ 올해의 수상작이 발표됐다./사진=빅픽처
세계 최대의 자연사박물관인 미국 ‘캘리포니아과학아카데미’가 주관하는 ‘빅픽처 세계 자연사진 공모전’ 올해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대상은 영국 잉글랜드 출신 사진작가 앤디 파킨슨의 ‘토끼공’(Hare Ball)에게 돌아갔다. 작가는 북극의 바람이 휘몰아치는 스코틀랜드 토마틴에서 3년간 매서운 눈보라를 견디며 산토끼를 집중 탐구하는 공을 들였다.

'토끼공'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세상에 필요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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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픽처 2020 대상작 ‘토끼공’(hoHare Ball), 작가 앤디 파킨슨(영국 잉글랜드)/사진=빅픽처
토마틴 지역에 서식하는 '유럽산토끼'는 강풍이 휘몰아치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산비탈에 핀 야생화를 갉아 먹는 등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파킨슨이 포착한 산토끼는 공처럼 스스로 몸을 말아 노출을 최소화하고 열을 보존해 추위를 견뎌냈다.

심사위원장은 “공처럼 웅크린 산토끼의 모습이 마치 하나의 조각 같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세상에 필요한 사진”이라고 평했다. 현지언론은 '산토끼판 자택대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상 외 각 7개 부문 당선작으로 뽑힌 작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사진 이야기: 공존 부문 1위에 오른 ‘기린의 수호자들’이다. 미국 출신 작가 아미 비탈레가 출품한 ‘기린의 수호자들’은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공존, 필연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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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픽처 2020 ‘사진이야기: 공존’ 부문 수상작. 케냐 레테티코끼리보호구역의 ‘보호감시인’/사진이야기 공존 부문 수상작(Guardian Warriors). 작가 아미 비탈레(미국)/사진=빅픽처
사람과 기린 사이의 교감을 보여준 작품 '보호감시인'은 삼부루 지역 사람들이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택하게 된 필연적 사연이 담겨 있다. 삼부루 사람들은 가축을 방목해 생계를 꾸린다. 그러나 작은 나무를 먹어 치워 소를 방목할 너른 풀밭을 제공하던 기린과 코끼리가 밀렵에 스러지면서 위기가 닥쳤다.

삼부루 사람들은 공존을 택했다. 사진 속 그물무늬기린 등 멸종위기종 보존 프로젝트와 함께 밀렵으로 어미를 잃고 고아가 된 코끼리의 재활을 돕는 코끼리 탁아소를 세웠다.

이런 노력은 야생동물에 대한 지역 주민의 태도를 변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삼부루 땅에서 밀렵을 억제했다. 작가는 “아프리카 토착민 사회가 멸종위기종 구제에 열쇠를 쥐고 있다”면서 유대와 공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먹이를 내놓아라 '스낵 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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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픽처 2020 ‘인간/자연 부문’ 결선 진출작. 말라위 카승구국립공원 ‘히포 허들’. 작가 귄터 드 브루인./사진=빅픽처
사진작가 겸 생물학자인 귄터 드 브루인이 출품한 '스낵 어택'은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결선에 진출해 멸종위기 코끼리의 현실을 보여줬다.

아프리카 말라위 카승구국립공원에는 1977년 1000마리 이상의 코끼리가 서식했다. 그러나 밀렵 탓에 2015년 개체 수는 50마리까지 급감했다. 보존 노력으로 현재는 80마리까지 개체 수가 회복됐지만, 과거의 규모로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텅 빈 주방에 코를 밀어 넣고 먹을 것을 찾아 더듬거리는 코끼리의 모습은 멸종위기에 내몰린 아프리카코끼리의 비참함을 짐작케 한다. 작가는 “밀렵이 심한 지역에서 온 코끼리가 더 공격적 성향을 띤다”고 안타까워했다.

가뭄에 허덕이는 '하마 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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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픽처 2020 ‘육상 야생동물 부문’ 결선 진출작. 보츠와나 오카방고강 ‘히포 허들’. 작가 탈리브 알 마리./사진=빅픽처
육상 야생동물 부문 결선 진출작 ‘히포 허들’은 지구온난화에 고통받는 야생동물의 모습을 담아냈다.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삼각주를 가로질러 퍼지는 보츠와나 오카방고강은 수많은 야생동물의 터전이다. 매년 겨울 진흙 목욕을 즐기려는 하마떼가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보츠와나를 덮친 극심한 가뭄으로 강바닥은 쩍쩍 갈라졌다. 말라붙은 습지에 갇힌 200여 마리의 하마를 담은 탈리브 알 마리 작가의 사진은 지구온난화라는 비극의 단면을 보여준다.

가뭄에 고통받는 건 하마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숙주로 꼽히며 혐오 이미지가 강화된 박쥐도 마찬가지다.

박쥐의 '한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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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픽처 2020 ‘날개동물 부문’ 당선작. 모잠비크 고롱고사국립공원의 박쥐의 ‘한 모금’. 작가 표트르 나스크렉키(미국)./사진=빅픽처
날개동물 부문 당선작 ‘한 모금’은 가뭄으로 위협받는 박쥐의 이야기다.

모잠비크 고롱고사국립공원에서 포착된 박쥐는 비행 중 날렵하게 물 한 모금을 들이마셨다. 건기에 접어들면 모잠비크긴가락박쥐에게 물 한 모금은 긴 여정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가뭄이 잦아지면서 박쥐가 찾는 오아시스의 물도 말라가고 있다.

작가는 “이미 전 세계를 휩쓴 파괴적 질병의 숙주로 꼽힌 박쥐는 물이 충분치 않으면 급격히 약해진다”면서 “목마른 박쥐는 결국 물을 찾아 사람의 식수원으로 갈 것이며 이는 인간에게 잠재적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케냐 마사이마라국립공원에서 촬영된 ‘사냥하는 치타’나 미국 야생동물병원에서 찍힌 ‘고양이가 잡았어요’ 등 다양한 작품이 전 세계 야생동물을 조명해 주목을 받았다.

7년째를 맞은 빅픽처 공모전은 자연예술 부문과 수중생물 부문, 육상·수상풍경 및 식물 부문, 날개동물 부문, 육상 야생동물 부문, 인간/자연 부문, 사진 이야기: 공존 부문까지 총 7개의 부문으로 나눠 수상작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 6500여 명이 참가해 800대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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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픽처 2020 ‘수중생물 부문’ 당선작. 남극바다의 ‘얼어붙은 모바일주택’. 작가 그레그 르쿠르(프랑스)./사진=빅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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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픽처 2020 ‘육상 야생동물 부문’ 당선작. 케냐 마사이마라국립공원의 ‘사냥하는 치타’. 작가 위 리우(중국)./사진=빅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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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픽처 2020 ‘육상·수상풍경 및 식물 부문’ 당선작. 네덜란드 한 국립공원의 ‘끈끈이주걱’. 작가 에드윈 기에스버스(네덜란드)./사진=빅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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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픽처 2020 ‘자연예술 부문’ 당선작. 스페인 리오틴토의 ‘눈막이’. 작가 주안 헤수스 곤살레스 아우마다(스페인)./사진=빅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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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픽처 2020 ‘인간/자연부문’ 당선작. 미국 캘리포니아 산라파엘 와일드케어야생동물병원의 ‘고양이가 잡았어요’. 작가 작 원덜리(미국)./사진=빅픽처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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