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미

[여기는 남미] 종이로 만든 관 무료로 제공하는 볼리비아 시의 사연

작성 2020.07.17 09:29 ㅣ 수정 2020.07.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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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가족을 잃었는데 3개월치 월급을 꼬박 모아도 장례를 치를 수 없어요. 어떻게 하나요?"

이런 고민에 빠진 저소득층을 위해 볼리비아의 대도시 산타크루스가 종이로 만든 관을 지원한다. 유가족이 원하면 운구차량도 공짜로 제공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산타크루스는 종이로 만든 관을 주문, 물량을 확보했다. 코로나19 사망자에게 무료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산타크루스 시장 로날드 로메로는 "종이로 만든 관은 정말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될 것"이라면서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데 가족까지 잃은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라고 말했다. 인구 300만의 산타크루스는 볼리비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곳이다.

문제는 서민층 평균소득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장례비용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산타크루스에서 장례를 치르면 최소한 10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300달러 남짓한 볼리비아에선 서민들이 쉽게 장만하기 힘든 거액이다.

산타크루스는 이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다가 장례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판지로 만든 관은 간단한 박스 형태로 나무로 만든 관과 비슷하지만 손잡이나 장식은 달려 있지 않다. 하지만 튼튼하게 만들어졌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과일박스를 생산하는 업체에 특별히 주문해 만든 관"이라면서 "몸무게 100~120kg 정도는 너끈히 견딜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말했다.

종이로 만든 관과 함께 산타크루스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장례를 치를 때 유가족이 요청하면 운구차도 무료 제공한다. 유가족이 매장이나 화장 허가를 받을 때 요청하면 장례식장이나 자택에서 장지까지 무료로 유골을 옮겨주는 서비스다. 운구차 비용은 관과 함께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장례비 항목 중 하나다.

현지 언론은 "시가 제공하는 운구차서비스 신청 건이 이미 100건을 넘어섰다"면서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 이용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16일(현지시간) 현재까지 볼리비아에서 발생한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2218명, 누적 사망자는 1942명에 이른다.

산타크루스는 볼리비아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이다. 산타크루스의 누적 확진자는 전체의 절반을 웃도는 2만667명, 사망자는 756명에 달한다.

한편 볼리비아에선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빨라지는 추세다. 수도 라파스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6일부터 4일간 도시 전역에 100% 철통 봉쇄를 발동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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