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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가 배를 공격하는 사례 급증…코로나19 간접 영향?

작성 2020.09.16 11:13 ㅣ 수정 2020.09.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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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고래가 배를 공격하는 사례 급증…코로나19 간접 영향?(사진=skeeze / Pixabay)
지능이 높은 바다 포유류인 범고래가 사람이나 배를 공격한 사례는 거의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난 7월부터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 사이를 가로지르는 지브롤터 해엽에서는 범고래 무리가 배를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가 13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29일 지브롤터 해협에서 스페인 국적의 전장 14m짜리 4인승 요트 한 척이 범고래 9마리에게 습격을 당했다. 당시 선원 빅토리아 모리스(23)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뉴질랜드에서 항해술을 배울 때 우호적인 범고래에 익숙해 이 만남이 기뻤지만, 이내 범고래가 공격하자 공포감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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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고래 한 마리가 요트의 키를 물어 파손하는 모습.(사진=가디언/유튜브)
범고래의 충돌로 요트는 옆으로 180도 회전하면서 키와 엔진이 파손돼 움직일 수 없었다. 모리스와 동료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구명보트를 준비하고 해안 경비대에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범고래 무리의 지속적인 공격 속에서 이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 사이 이들 범고래는 서로 의사소통하듯 큰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모리스는 동료들과 얘기할 때마다 소리를 질러야 했다.

모리스 일행은 1시간 반여 만에 구조됐고 이들이 탔던 요트는 연안까지 견인됐다. 그리고 요트의 파손 상태를 검사한 결과, 하부 키가 완전히 파손돼 사라졌고 곳곳에는 범고래들이 깨문 것으로 추정되는 이빨자국도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오랜 기간 지브롤터 해협에서 사는 범고래 개체군을 추적 관찰해온 세비아대 해양생물연구소의 호시우 에스파다 연구원은 “범고래들이 유리섬유로 된 키를 파손한 것은 미친 짓이다. 난 이들 범고래가 새끼 때부터 성장해온 모습을 봤기에 이들의 삶을 알고 있다”면서 “이런 공격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에스파다 연구원에 따르면, 범고래가 배를 뒤쫓는 일은 드물지 않고 때때로 키를 물어 배를 끌어당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어디까지나 범고래들에게 놀이라서 키를 실제로 부수거나 배를 들이받는 행동은 이례적이다. 따라서 이 연구원은 이들 범고래의 공격이 어떤 스트레스가 원인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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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고래가 요트의 키를 파손한 또 다른 사건의 모습.(사진=할사이온 요트/유튜브)
하지만 모리스 일행의 사례는 지브롤터 해협에서 사는 범고래가 배를 공격한 유일한 사례가 아니었다. 이 해협에 있는 항구 도시인 바르바테 근해에서는 지난 7월 하순부터 8월에 걸쳐 범고래 무리가 배에 충돌했다는 사례가 종종 보고됐다. 물론 범고래들과의 조우가 반드시 공격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범고래들에 의해 키가 파손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모리스와 대화한 현지 고래 전문가 에세키엘 안드레우 까사야 연구원은 “이것은 매우 이상한 사건이다. 난 그들이 공격할 생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 세계의 범고래 전문가들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 동의하며 똑같이 놀라움을 표명하면서도 이들 범고래가 무언가에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추정했다.

지브롤터 해협의 범고래는 개체 수가 현저하게 감소해 현재 남아 있는 수는 50마리 정도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감소가 계속하면 곧 멸종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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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지브롤터 해협의 모습(사진=NASA)
이 점에 대해 까사야 연구원은 지브롤터 해협은 범고래들에게 최악의 장소라고 지적했다. 해운의 주요 길목인 지브롤터 해협에는 가뜩이나 좁은 이 해역에 많은 배가 드나들 뿐만 아니라 범고래를 보기 위한 관광 보트도 지나다닌다. 관광 보트는 범고래를 뒤쫓기 위해 속도나 거리 규제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어 범고래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 범고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주로 참다랑어를 포획하는 어선이다. 지브롤터 해협에서는 참다랑어 잡이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범고래들 역시 참다랑어를 주요 먹이로 삼고 있어 2005~2010년에 걸쳐 참다랑어 개체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이들 범고래의 개체 수도 급감했다. 게다가 낚싯줄이나 그물에 의해 범고래가 다치는 사례도 많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어부가 범고래를 공격하기도 한다고 일부 자연보호론자들은 주장한다.

즉 어부와 범고래는 모두 참다랑어를 쫓는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로, 어부가 전기가 흐르는 막대로 범고래를 놀라게 하거나 불이 붙은 휘발유통을 집어던지고 또는 등지느러미를 칼로 내리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지브롤터 해협에 사는 범고래 중에는 인위적인 흉터를 지닌 개체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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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롤터 해협의 범고래들이 공격적으로 변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간접적 영향으로 추정된다.(사진=skeeze / Pixabay)
물로 이런 스트레스는 예전부터 계속됐지만, 몇십 년간 범고래들은 배를 공격하지 않았다. 따라서 범고래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한 이유는 올해 들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간접적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팬데믹 당시 지브롤터 해협에서는 어선과 화물선 그리고 관광 보트 등의 통행량이 급감해 2개월여 동안에 걸쳐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 잠잠했다. 그런데 팬데믹이 진정되자 다시 해협의 교통량이 증가했고 이것이 범고래를 자극해 화가 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범고래가 배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브롤터 해협 주변의 선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범고래에 위험한 존재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에스파다 연구원은 우려한다.

이미 스페인 환경부에서는 전문가들로부터 범고래 보호 계획이 제시되고 있으며 바르바테 근해에서는 수중에 소음을 발생하는 활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또 앞서 범고래 공격 사례를 보고한 모리스 선원도 대학에 돌아가 범고래 등 해양 생물학에 관한 연구를 하기로 하는 등 많은 사람이 지브롤터 해협의 범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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