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과학

[와우! 과학] 공룡멸종 때도 생존한 식물성 플랑크톤…비결은 “고기도 먹어서”

작성 2020.11.08 10:29 ㅣ 수정 2020.11.08 10:30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세계 이슈 케챱 케챱 유튜브 케챱 틱톡 케챱 인스타그램
확대보기
▲ 나노플랑크톤의 전자주사현미경 사진(출처=폴 브라운/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약 6600만 년 전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중생대 생태계를 붕괴시켰을 때 사라진 것은 비조류 공룡만이 아니었다. 새를 제외한 공룡과 익룡, 암모나이트나 모사사우루스 등은 사실 멸종한 생물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해양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플랑크톤도 이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당시 지구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은 쪽이 더 신기한 수준이다. 10㎞급 소행성 충돌로 거대한 먼지와 재가 상당히 오랜 시간 하늘을 뒤덮었기 때문에 운 좋게 소행성 충돌로 인한 폭발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라고 해도 그다음에 펼쳐진 암흑 세상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지구 전체가 어둡고 추워져 먹이사슬의 기반을 이루는 식물과 식물성 플랑크톤이 상당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영국 사우샘프턴대의 사만다 깁스 박사가 이끄는 영국과 미국의 과학자들은 해양 먹이 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식물성 조류(Algal) 플랑크톤이 햇빛이 거의 없던 시기를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대멸종 직후 발견된 플랑크톤의 미세 화석을 연구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단단한 갑옷 같은 외피에 하나씩 구멍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 구멍이 편모(flagella·생물의 세포 표면으로부터의 돌기물로 형성된 운동성이 있는 세포기관)와 부착성 편모(haptonema)를 단단한 껍데기 밖으로 내밀기 위한 용도라고 추정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긴 채찍 같은 편모를 밖으로 내놓는 주된 이유는 박테리아를 잡아먹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이들이 식충 식물 같은 혼합영양생물(mixotroph)로 영양분이 부족할 때는 박테리아를 잡아먹어 보충할 수 있다.


물론 현재도 광합성과 사냥을 함께 하는 단세포 생물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연구팀은 대멸종 직후에 이들의 비중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크기 20㎛ 이하인 나노플랑크톤(nannoplankton)에서는 그 비율이 80~100%에 달했다. 당시 바다에는 생물의 사체를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넘쳐났던 반면 이를 잡아먹을 포식자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혼합영양 방식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생태계가 회복되고 다시 광합성 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자 이들 중 상당수가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진화했다. 그래도 위기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생존 수단을 지닌 쪽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고기도 가리지 않고 먹었던 선조 덕분에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단단한 씨앗을 지니지 못한 작은 식물성 플랑크톤도 파국적 위기에서 살아남은 셈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추천! 인기기사
  • “포기란 없다”…비트코인 ‘7600억원 어치’ 실수로 버린
  • 지옥문 열렸나…이란 미사일에 불바다 된 이스라엘 하늘
  • 기적이 일어났다…엄마가 생매장한 신생아, 6시간 만에 구조돼
  • 딸에게 몹쓸짓으로 임신까지...인면수심 남성들에 징역 20년
  • “남편에게 성적 매력 어필해야”…‘12세 소녀-63세 남성’
  • 우크라 드론에 완전히 뚫린 러시아 본토… “자체 생산 드론,
  • 러시아, 발트해 앞마당도 뚫렸다…우크라의 러 함정 타격 성공
  • 美 언론 “KF-21 공중급유 첫 성공, 인상적인 속도로 발
  • 이란의 ‘놀라운’ 미사일 수준…“절반은 국경도 못 넘었다”
  • ‘남성들과 선정적 댄스’ 영상 유출, 왕관 빼앗긴 미인대회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곽태헌 · 편집인 : 김성수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