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도 라플라타에서 발생했다. 길을 걷던 피해여성은 누군가 뒤에서 하체를 밀치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핸드백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쓰러졌다. 그러자 뒤에서 나타난 누군가가 길바닥에 떨어진 피해자의 핸드백을 주워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피해자는 흔히 "도둑이야"라고 고함치기 마련이지만 피해여성은 핸드백을 들고 달리는 날치기범을 황당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날치기범이 사지가 없는 중증 장애인이었기 때문. 양손과 허벅지 아래로 다리가 없는 용의자는 핸드백을 껴안듯 들고 뛰고 있었다.
사건 당시 주변엔 행인도 적지 않았다. 한 목격자는 "사건을 본 사람이 많지만 대부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도주하는 도둑을 지켜볼 뿐이었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신고로 현장에 경찰이 도착한 건 약 5분 뒤였다. 경찰은 도주 중인 용의자를 현장에서 긴급 체포했다. 용의자를 검거한 뒤에도 해프닝이 있었다. 규정상 수갑을 채워야 하지만 용의자에겐 수갑을 채우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무전기로 서에 문의를 하고, 수갑을 채우지 않고 연행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용의자는 18살 청년으로 평소 길에서 티슈를 파는 행상이었다. 그런 그가 범죄의 유혹에 빠진 건 생활고 때문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사정은 딱해도 청년은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다만 경찰조사 후 석방돼 불구속재판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