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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잼 사이언스] 눈, 코, 귀없는 해파리는 어떻게 적을 알아보고 독 쏠까?

작성 2021.02.20 10:24 ㅣ 수정 2021.02.2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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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자료사진(123rf)
해파리는 여름철에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에게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우리나라 주변 해안에 부쩍 늘어난 노무라입깃해파리 같은 강한 독을 지닌 해파리가 사람을 향해 독을 쏘기 때문이다. 해파리는 자포동물에 속하는데, 이름처럼 자세포(cnidoblast)에서 독을 발사해 먹이를 잡거나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눈, 코, 귀 같은 감각 기관은 물론 뇌도 없는 해파리가 먹이나 천적을 인식하고 실수 없이 독을 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실 자세포가 쏘는 독은 해파리 세포에도 해롭기 때문에 스스로를 공격해 해를 입지 않는다는 점 역시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놀라운 점이다. 하버드 대학의 니콜라스 벨로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스탈렛 말미잘'(starlet sea anemone)을 대상으로 자세포가 어떻게 신호를 받아들이는지 조사했다. 참고로 말미잘 역시 해파리 같은 자포동물인데, 스탈렛 말미잘이 실험용으로 다루기 쉽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세포가 먹이나 천적을 인지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물리적 자극과 화학적 자극이다. 물리적 자극은 촉수를 통해 자세포에 전달된다. 하지만 물리적인 힘이 가해질 때마다 자세포가 목표를 공격한다면 사실 가장 자주 공격하는 대상은 바로 다른 촉수가 될 것이다. 따라서 자세포 주변에는 접촉한 물체가 무엇인지 화학적 신호를 감지하는 화학감각 세포가 존재한다.

이 화학감각 세포는 일종의 미각 세포로 접촉한 물질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특정 화학 신호를 감지하면 화학감각 세포는 흔한 신경 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분비한다. 아세틸콜린에 자극된 자세포는 칼슘 이온 채널을 활성화하는데, 이 상태에서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면 칼슘 이온이 자세포 안으로 갑자기 유입되면서 자포가 발사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두 가지 인증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확히 목표에 닿았을 때만 독을 쏠 수 있는 것이다.

자포동물은 이렇게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식을 통해 사냥하고 몸을 방어하며 오랜 세월 번영을 누렸다. 인간에 의한 해양 생태계 파괴는 해파리에게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물고기 남획으로 천적이 줄어든 데다 지구 온난화로 물이 따뜻해지면서 이들이 살기는 더 좋아졌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인근 해안에서 그물이 터질 정도로 잡히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 해파리 중 하나일 뿐이다.


아무튼 해파리 숫자와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이 같이 증가하면서 해파리 쏘임 사고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해파리가 독을 쏘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지만, 쏘이면 상당한 통증을 유발할 뿐 아니라 생명이 위험한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해파리가 보이면 바로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몸이 투명한 해파리를 사람 눈으로 모두 식별할 순 없기 때문에 보이는 것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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