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남성과 통화’는 불법”…채찍질에 울부짖는 아프간 여성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재판을 통해 남성과 전화통화를 한 ‘혐의’로 재판에 나온 여성에게 40회의 채찍형을 집행했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남성과 전화통화를 한 여성에게 무자비한 채찍질 처벌을 내리는 모습의 영상이 공개됐다.

프랑스24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헤라트주에 사는 한 여성은 젊은 남성과 전화통화를 했으며, 이는 부도덕한 행위에 속한다는 이유로 탈레반으로부터 40대의 공개 채찍형을 선고 받았다.

탈레반 재판장으로 보이는 흰 수염의 장로가 형을 선고했고, 이후 남성 2명이 무릎을 꿇고 광장에 앉은 여성에게 무자비하게 채찍질을 가했다. 부르카를 쓴 여성은 비명을 지르며 “잘못했다, 회개한다”며 울부짖었지만, 채찍질은 멈추지 않았다. 여성 주위에는 이를 지켜보는 현지인들로 가득 차 보인다.

이 여성과 전화통화를 한 남성 역시 해당 재판 후 탈레반 감옥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동영상은 지난해 말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에서야 SNS를 통해 공개됐다. 이를 본 아프간 국민들은 탈레반의 폭력적인 횡포에 더욱 큰 두려움과 분노에 빠졌다.

프랑스24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의 역할이 미미한 탓에 많은 지역에서는 탈레반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며 탈레반이 집행하는 재판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시골 지역에서는 탈레반의 재판이 국가 법무부의 재판에 비해 빠르다는 이유로, 법적 갈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탈레반의 재판을 갈등의 해결책으로 의지하기도 한다.

▲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재판을 통해 남성과 전화통화를 한 ‘혐의’로 재판에 나온 여성에게 40회의 채찍형을 집행했다.

영상 속 지역인 헤라트주의 여성인권운동가는 프랑스24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재판을 주관하는 사람들(탈레반)은 정부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탓에 누구도 제지하지 못한다”면서 “채찍질에 참여한 남성들은 모두 평범한 시민이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아프간 국민들, 특히 시골 지역의 사람들이 이러한 탈레반식 재판을 지지한다”면서 “아프간 어디에도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법원이 없다. 법원이 있더라도 누군가 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뇌물을 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아프간의 이러한 상황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부터 더욱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오는 9월 11일까지 미군과 나토군은 아프간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아프간 내에서는 미군이 철수할 경우 탈레반이 군사력 공백을 노려 아프간을 다시 완전히 장악하는 상황이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아프간 내에서 또 다른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여성 인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 당시 여자아이의 교육 금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 등 여성의 삶을 매우 억압했었다. 불안한 치안 상황으로 강간 등의 범죄에 노출되거나 강제 결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군 약 3500명과 나토 연합군 7000명이 남아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