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구독’과 ‘좋아요’를 낙점하시오...제주 추사관

작성 2022.05.02 17:23 ㅣ 수정 2022.05.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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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추사관은 2007년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가 사적으로 승격함에 따라 2010년 건축가 승효상 선생의 설계로 완공되었다.윤경민
‘겨울 추위가 오고서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구나.’(‘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 논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는 조선시대판 페이스북이었고, 트위터였고, 인스타그램이었다. 1844년 새해를 앞두고 추사는 자신의 충직한 제자인 역관 이상적(李尙迪, 1803~1865)에게 띄운 그림 엽서같은 세화(歲畫)가 바로 ‘세한도(歲寒圖)’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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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추사관에는 유홍준교수와 부국문화재단, 추사동호회 등에서 기증한 보물 ‘예산김정희종가유물일괄’을 비롯하여 「세한도」 영인본과 김정희의 글씨 탁본 및 편지 등을 소장, 전시하고 있다.윤경민
이에 이상적은 ‘세한도’를 들고, 북경으로 들어가 청나라의 유명한 학자인 장악진(章岳鎭)을 비롯하여 청의 지식인 16명에게 세한도 그림의 찬시를 받아낸다. 한 마디로 ‘좋아요’와 ‘추천’의 글귀인 셈이다.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세한도에는 수많은 찬시와 배관기(拜觀記:작품을 감상한 글을 그림에 붙은 한지에다가 적는 것)가 댓글처럼 붙는다. 김석준(金奭準)을 위시하여 오세창(吳世昌), 이시영(李始榮) 같은 당대의 명사들의 눈도장과 감상 글이 차곡차곡 세한도 두루마리의 꼬리를 키워 나간다. 그리하여 ‘세한도(歲寒圖)’는 1,469.5cm의 긴 두루마리로 남게 되었다. 거의 15미터나 되는 ‘댓글’과 ‘좋아요’와 ‘추천’의 글귀 가득한 ‘세한도(歲寒圖)’를 만든 추사의 마음을 만나러 제주도에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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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추사관은 현재 1종 미술관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상설전시실과 체험실로 이루어져 있다.윤경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추사로 44번지. 바로 제주 추사관(秋史館)이 위치한 곳이다. 혹자들은 이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추사관(秋史館)을 두고 볼품없고 초라한 정미소 같은 건물 행색을 드러낸다고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당초 제주 추사관(秋史館)은 과천의 추사박물관과는 궤를 조금은 달리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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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추사관은 실제 세한도를 만들던 시절의 유배객으로서의 추사의 삶을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윤경민
제주 추사관(秋史館)은 추사의 삶을 아는 이들에게는, 특히 1840년(헌종 6년), 55세에 제주도 척박한 땅에 위리안치(圍籬安置: 집 둘레에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돌리고 그 안에 사람을 가둠) 유배객 처지의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큰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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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추사관 2층에는 추사의 흉상을 만들어 추사를 기념하고 있다.윤경민
사실 추사의 집안은 금수저를 넘어서서 다이아몬드 수저급이다. 증조모가 영조의 둘째 딸인 화순옹주였으며 아버지 김노경은 병조판서를 지냈을 정도이니 그의 집안은 한양 내에서도 손꼽히던 경주김씨 정통 세도가였다. 하지만 안동김씨와 정치적 적대관계로 접어들게 되면서 그의 삶은 격랑을 맞이하였고 정치적으로 패퇴한 추사는 결국 제주도까지 귀양을 오게 된다. 

더구나 당시 안동 김씨 문중에서는 끊임없이 추사에게 사약을 내려야한다는 장계를 조정에 올리고 있던 상황이었으니 추사의 사회적 삶은 거의 끝난 상태였다. 이즈음에 등장한 충직한 제자가 이상적이었던 것이다. 그는 역관으로 중국을 드나들며 귀하디 귀한 중국 서적들을 구해 스승인 추사에게 보냈고, 추사는 그의 제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고작 ‘세한도(歲寒圖)’라는 그림 한 조각과 고마움을 담은 글귀가 전부였다. 하지만 스승의 마음을 받든 이상적은 감격하였고 ‘세한도(歲寒圖)’는 중국과 일본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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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추사관 건물 뒤편에는 제주에서의 추사의 삶이 남아있는 당시 가옥이 보존되어 있다.윤경민
바로 이러하기에 제주의 추사관은 당시 유배객으로서의 추사를 그려내야 하였고, 오로지 정신만 남은 그의 시간을 담아야 했다. 삼각형의 단순한 박공지붕에 감자창고 같은 제주의 추사관은 2010년 이렇게 만들어진다. 황량하고 황폐하고 황무지 밭 가득한 서귀포 한구석에 남아있는 추사의 오롯한 마음을 드러내기에 제주 추사관은 더할 나위가 없다. 아귀가 딱 맞아떨어진다. 욕망의 군더더기라고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절망의 시대를 온몸으로 받아내어야 했던 추사의 혼이 느껴진다. 자, 이러하니 우리는 제주 추사관에서는 ‘세한도’ 그림 너머에 있던 소담하고 질박한 추사의 정신을 만나러 가자.

 

<제주 추사관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5개 만점) 

2. 누구와 함께? 

- 혼자, 오롯이 혼자. 위기의 중년을 맞이한 50대. 삶의 짐을 지고있는 누구라도.

 

3. 가는 방법은? 

- 자가운전은 제주시 출발 : 1135번 도로(평화로) → 안성교차로에서 우회전

서귀포시 출발 : 1132번 도로 → 안성교차로에서 직전

 

대중교통(1시간 20분 소요)은

제주공항 출발 : 151번 버스(보성초등학교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5분)

서귀포 구 터미널 출발 : 202번 버스(인성리 남문지앞사거리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5분)

 

4. 제주 추사관의 특징은? 

- 정치적으로 패배한 조선시대 양반 유배지로서의 공간이다 보니 무얼 그리 볼 것이 많지는 않다. 다만, 당시 서귀포의 한 귀퉁이 망망한 추사의 삶의 궤적을 느낄 수 있다.

 

5. 방문 전 유의 사항은? 

- 최소한 나무위키에서라도 추사의 삶은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가자. 어차피 세한도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6. 제주 추사관에서 꼭 볼 곳은? 

- 추사관 건축물 자체, 추사관 주변의 황량함!!(이게 추사관의 건립 목적임)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먹거리는? 

- 추사관 바로 옆에 동네 밥집 몇 군데가 있다. 말 그대로 제주 동네 밥집이다. 학교나 관공서, 아파트 주변 동네 식당이나 동네 시장 주변 추천!! 이건 여행의 국룰이다. 그만 발 닿고 시간 멈추는 동네 식당에서 한 끼를 드시길. 제주 추사관 여행은 그러해야 한다.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jeju.go.kr/chusa/index.htm

 

9. 제주 추사관의 관람 안내는? 

- 관람시간 : 오전 09:00~18:00(입장 마감시간 17:30)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관 람 료 : 무료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50대 중반인 서울 양반 추사의 고단한 제주에서의 삶. 세한도라는 그림을 통해서라도 그를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어느 시대에서나 위기의 삶은 존재했었고 추사는 그러한 삶을 살다가 갔다.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그때도 그러했다.  


윤경민 여행 칼럼니스트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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