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운석 입자 '콘드률' 시뮬레이션 검증
지구 같은 행성은 원시 태양 주변에 있었던 원시 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에서 생성되었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이다. 이 가설은 현재 태어나는 여러 젊은 별을 연구하면서 다시 한 번 검증됐다. 젊은 별을 둘러싼 먼지와 가스의 원반은 뭉쳐서 행성을 형성한다. 하지만 어떻게 작은 티끌만 한 먼지들이 뭉쳐 행성과 소행성이 될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대기로 진입하는 미세한 운석 입자인 콘드률(chondrule)이 아마도 태양계 초기에 풍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미세한 입자는 대개 1mm 이내 크기로 감람석, 휘석 및 유리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주 공간에서 한번 녹았다가 다시 굳은 작은 미세 입자로 생각되고 있다. 이런 미세 입자들이 모여 현재의 행성과 소행성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현재 이론이다.
스웨덴 룬드대학(Lund University)의 앤더스 요한센 박사(Dr Anders Johansen)와 미국, 독일, 덴마크의 과학자 동료들은 이 밀리미터 크기의 티끌 같은 콘드률이 어떻게 지구 같은 행성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검증했다.
이들에 의하면 이 작은 입자들은 매우 빠르게 뭉쳐서 초기 소행성을 형성할 수 있다. 일단 소행성이 중력으로 주변의 콘드률을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커지면, 마치 눈덩이를 눈 위에서 굴리는 것처럼 크기는 순식간에 커질 수 있다. 초기 태양계에는 매우 높은 농도의 콘드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000km 지름까지 커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별로 길지 않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전 연구에서는 화성만 한 크기의 행성이 생기는 데는 100만 년에서 300만 년 정도면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번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되었다. 일단 지구 질량의 10% 정도 되는 화성만 한 행성들이 태양계 초기에 수십 개가 생성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들은 원시 행성(protoplanet)이라고 불린다.
태양계 초기 1억 년 동안 이런 원시 행성들은 서로 중력에 이끌려 충돌해 지금의 행성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지구의 경우 테이아(Theia)라는 화성 크기의 행성과 마지막으로 충돌해 현재의 지구와 달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행성의 형성이 별의 형성과 별로 차이 나지 않을 만큼 매우 빠른 시기에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수백 만년에서 1억 년은 천문학의 관점에서는 길지 않지만, 인간의 척도로는 매우 긴 시간이다. 이 긴 세월 동안 밀리미터 크기의 입자들이 모여 지구 같은 행성도 만들 수 있다. 우주의 척도에서 생각하면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라 지구도 가능한 셈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