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인가. 대모험인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달 3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정식 계약을 체결한 최향남은 “내 야구인생에 있어 마지막 도전”이라며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앞날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을 최향남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사회인 야구를 하는 지인의 훈련을 돕기 위해 목동구장을 찾은 최향남은 계약 때 받았던 세인트루이스 홈 유니폼을 처음으로 입어 봤다. 그는 유니폼을 만지작거리며 취재진에게 “제가 과연 이걸 입고 뛸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최향남이 세인트루이스와 맺은 계약은 일종의 ‘비정규직 월봉계약’이다. 매달 7500달러씩을 받는 조건이며. 메이저리그에 오를 때에는 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한다. 세인트루이스는 최향남의 실력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방출할 수 있다. 3월부터 참가하는 마이너리그 스프링캠프에서 배수의 진을 쳐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구단은 최향남에게 두 가지 구두 약속을 했다. 우선 데이브 던컨 투수코치가 직접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해 주기로 했으며. 기존 로스터 중에 WBC에 나가는 선수가 생길 경우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참가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최향남은 “이 정도면 구단에서 많이 배려해 준 것”이라며 “내 실력만 인정받는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향남의 이번 도전이 더욱 결연한 이유는 도전이 실패로 끝나면 최악의 경우 올 한해를 통째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소속팀 롯데가 최향남을 임의탈퇴 선수로 처리하면 1년간은 한국에서 뛸 수 없다. 최향남은 “만약에 세인트루이스에서 방출되면 멕시칸리그도 생각하고 있다. 대만 쪽도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최향남은 이번 주부터 롯데 2군 구장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이달 말 미국으로 떠나 마지막 도전을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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