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행자’의 주연배우 조재현이 지난 12일 교차상영에 울분을 토하며 눈물을 보인 가운데 스크린 700여 개를 독식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2012’가 12일 하루 만에 30만 관객을 동원해 묘한 대조를 이뤘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2012’는 개봉 첫날인 지난 12일 30만 명을 동원한 반면 평일 일일 평균 2만 명을 모으던 ‘집행자’는 전국 7672명으로 관객수가 급감했다.
지난 5일 전국 247개 스크린을 통해 개봉된 ‘집행자’는 개봉 첫 주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며 20만 명을 불러 모았다. 이는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절반 정도의 상영관에서 거둔 성과로 스크린수 대비 좌석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꾸준하게 흥행을 이어온 ‘집행자’의 관객수가 하루 만에 30% 수준으로 급감한 것은 스크린 수가 257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교차상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화 제작사인 활동사진의 조선묵 대표, 최진호 감독, 주연배우 조재현은 지난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교차상영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이날 조선묵 대표는 “‘집행자’의 흥행성적에도 멀티플렉스 극장 측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2012’의 개봉을 위해 교차상영이라는 치명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앞서 ‘하늘과 바다’ 측 역시 지난 9일 “전국적인 교차상영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며 극장에서 작품을 전면 회수했다. 차라리 공익에 활용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유.
한 상영관에서 여러 영화를 번갈아가며 상영하는 교차상영이 이뤄지는 이유는 조 대표의 말처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 대작영화들이 상영관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차상영을 통해 좀 더 여러 작품을 관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줄어든 상영관은 대부분 대작들이 차지는 것이 현실이다.
‘2012’의 경우 지난 12일 총 75개 작품이 상영된 가운데 전체 2185개의 스크린 중 684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스크린 점유율이 30%에 이른다.
상영관이 적어도 잘 만든 영화는 관객들이 찾는다는 말도 6개관에서 개봉해 최종 300만 관객을 돌파한 ‘워낭소리’의 경우를 봤을 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이례적인 사례일 뿐 대부분의 소규모 영화들은 관객들과 소통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져 가고 있다.
그렇다고 극장 탓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제한된 상영관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야하는 극장입장에서는 흥행이 보장된 대작들의 상영관을 늘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
이에 조재현은 “향후 제작될 모든 저예산 영화들을 위해라도 실행 가능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유인촌 장관을 만나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 환경에 의해 좌절되고 있는 한국 영화계 전반의 문제를 짚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2’가 개봉 첫 날부터 3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뜨린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소리 없이 사라지는 영화를 떠올리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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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