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웃고 넘기기엔 다소 민감한 발언이 그대로 방송돼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개콘’에선 최근 커플이 아닌 솔로여서 좋은 점을 강조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솔로천국 커플지옥’ 코너가 신설됐다. 박휘순은 지난 3일 방송된 이 코너에서 “커플일 땐 최신영화 130원 주고 다운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 외국영화는 개봉 전에 다운받을 수 있다.”고 했고 박지선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누가 봐도 불법다운로드를 의미하는 박휘순과 박지선의 이 발언은 아무리 코미디 프로라곤 하지만 단순히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소재로 치부하기엔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한국영화계는 불법다운로드로 몸살을 앓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벌이고 ‘DNA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기 때문.
방송 후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 “이건 방송에서 시청자에게 영화 불법다운을 권하는 겁니까? 방송에서는 영화 등을 불법 다운하는 것을 말려야 되는 입장 아닙니까?” 등의 글을 남기며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한 네티즌은 “제작진 측에서라도 편집하는 것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며 박휘순의 말을 그대로 방송한 제작진을 문제 삼기도 했다.
‘솔로천국 커플지옥’ 외에도 ‘씁쓸한 인생’ 코너 역시 논란이 됐다. 이날 누워있는 사람 입에 사탕을 집어넣는 장면이 방송됐고 시청자들은 “누워 계시는 분 목구멍에 사탕 걸릴까봐 조마조마했다. 제목 그대로 지나치게 씁쓸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한 개그맨은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는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아 개그하기 힘든 조건이라는 식의 말을 했다. 하지만 온 가족이 모여 시청하는 개그프로인 만큼 시청자들의 이해를 바라기 이전에 말 한 마니 행동 하나 하나에 좀 더 신경 쓰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사진 = KBS 2TV ‘개그콘서트’ 화면캡처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