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은 울보다. 데뷔작인 ‘해피투게더’에선 눈물과 함께 연기를 배웠고 ‘피아노’를 계기로 눈물샘의 물꼬가 트였다. 현재 출연 중인 ‘로드 넘버원’ 역시 촉촉하다.
캔디처럼 울고 또 우는 그녀지만 시청자들은 전혀 질리지 않는다. 이유는 ‘눈물연기의 진화’. 무려 11년 동안 깨끗한 눈물부터 콧물 섞은 더러운(?) 눈물까지 보여준 김하늘. 옛날 TV를 틀어봤다.
순수. 해피투게더(1999). 김하늘은 송승헌이 자신이 아닌 한고은에게 가겠다는 뜻으로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그 자신도 눈물을 쏟았다. ‘컷’ 소리가 난 뒤에도 전봇대를 잡고 울었다. 스무살 김하늘은 깨끗했다. 두 시간이나 눈물이 나오지 않아 감독에게 호된 꾸지람도 들었지만 안약이나 티어스틱은 손도 대지 않고 결국 순수한 눈물 한 방울을 흘려 보냈다. 출발이 좋았다. 데뷔작부터 ‘진짜’ 눈물을 쏟았기 때문이다.
절제. 피아노(2001). “다가오지마” 김하늘은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남매가 된 고수를 밀쳐냈다. 한 발짝 다가서면 두 발짝 밀어냈다. 하필이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첫사랑이다. 고아원 출신의 3류 깡패 아비 덕분에 수아(김하늘 분)는 동생 재수(고수)를 안지 못한 채 멀찌감치 떨어져 숨죽여 울먹인다. 수아의 절제된 슬픔은 재수와 억관(조재현 분), 경호(조인성 분)를 모두 질질 짜게 만들었다. 당시 김하늘의 눈물이 더욱 빛났던 이유다.
더러움. 90일, 사랑할 시간(2006). “사랑해서 미안해” 김하늘이 췌장암으로 죽어가는 강지환을 향해 울먹이며 소리쳤다. 사랑 앞에서 좌충우돌하는 그녀는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더러운 꼴은 다 보여준다. 그 짠했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첫사랑 앞에 선 김하늘은 매일 눈물을 쏟아냈다. 비록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당시 김하늘의 눈물은 전성기를 누렸다. ‘멜로 여왕’, ‘눈물연기 전문배우’, ‘눈물의 여왕’ 등이 당시 그녀가 얻은 수식어다.
물오름. 로드 넘버원(2008). 빌어먹을 전쟁 때문에 김하늘과 소지섭은 생이별을 맞았다. 수연(김하늘 분)을 두고 길을 떠나려던 장우(소지섭 분)은 다리를 세 번 오가며 뜨거운 ‘눈물키스’를 나눈다. 어렵게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를 품은 후 또 운다. 첫 회부터 눈물범벅이 된 김하늘. 비록 결말이 ‘해피엔딩’일지라도 전쟁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할 때 김하늘 제대로 눈물 오를 예정이다.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자 84rornfl@seoulnt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