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6경기에서 8골을 기록하며 20세 이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여자월드컵 3위를 이끈 지소연과 만났을 때 본 통신원은 “축구를 하면서 가장 힘든 때가 언제였나요”라고 물었다. 당시 현장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있었고 지소연의 옆에는 정몽준 전 축구협회장이 앉아있었다. 그러나, 지소연이 그 복잡한 상황에서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데에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축구를 하면서 여자선수라는 것에 대한, 그리고 여자축구 자체에 대한 주변의 무관심이 제일 힘들었어요. “
전국민이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던 그 당시, 한국 여자 축구는 실업 팀 7개, 초등 팀 18팀, 중학교 17팀, 고등학교 16팀, 대학교 6팀 등 모두 65개 팀에 불과했다.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독일은 등록 선수만 105만 명, 성인 팀만 5000개를 넘었다. 물론 지금은 그보다 더 숫자가 늘었다.
그리고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 어린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나요”는 질문에 지소연은 결연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기가 여자더라도 축구가 좋으면,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축구를 하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언니가 길 닦아 놓을 테니, 정말 축구가 좋으면 무서워하지 말고 축구를 해보라고요.” 그 때, 그 말을 했던 지소연의 당당하고 의젓한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3년 반, 여자월드컵 이후 잠시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나있던 지소연은 그렇게 본인이 한 약속을 지켜냈다. 한국의 수많은 축구팬이 열광하는, 박지성 이영표 기성용 이청용이 아닌, ‘여자선수’도, 축구선수로서 축구 종가인 영국에 진출하고, 세계에 팬을 보유하고 있는 첼시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낸 것이다.
지소연의 영국 진출에 대해 ‘발롱도르를 노린다’라거나, 그가 더 큰 성공을 노린다거나 하는 측면을 부각하는 매체들도 있다. 그리고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소연의 영국 진출이 갖는 또 하나의 큰 의미는 그녀가 3년 전에 했던 약속, 아무도 여자축구에 관심이 없을 때, 그래도 축구를 하고 싶은 여자어린이들에게 본인이 했던 약속을 지켜냄으로써 축구를 하고 싶은 수만, 수십만 명의 여자어린이들에게 ‘손에 잡힐 수 있는’ 진정한 ‘희망’을 줬다는 것이다.
사진설명=첼시 여자팀에 입단하는 지소연(사진출처 대한축구협회)
이성모 스포츠 통신원 London_20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