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은하수로 불리는 우리 은하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우주 지도가 공개됐다. 이 지도는 우리 은하의 위치는 물론 주변에 있는 수많은 은하와의 관계를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런 관계를 보여주는 더 큰 은하 집단을 ‘라니아케아’라고 명명했다. 이는 하와이어로 ‘끝없는 하늘’을 뜻하는 말이다. 이로써 우리 지구는 ‘라니아케아 은하수 태양계’라는 새 주소를 갖게 된 셈이다.
우주에서 은하는 서로 모여 거대한 구조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초은하단이라고 부르고 있다.
새롭게 공개된 우주 지도에 따르면 지구가 속한 은하는 지름 5억 광년인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가장자리 근처에 위치한다. 라니아케아 내부에는 무려 10만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의 초은하단도 우주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우주는 관측할 수 있는 범위만 해도 900억 광년 이상으로 확대된다고 천문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라니아케아라는 초은하단의 형성을 밝혀낸 연구팀을 이끄는 미국 하와이대학 천문학자 브렌트 툴리 박사는 “지도를 보면 위치감각을 얻을 수 있다”면서 “자신을 위해 위치감각을 얻고 그런 관계를 보는 것은 그 위치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은하 주변의 지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지도는 어떻게 은하들이 우리 은하가 속한 초은하단에서 나오는 중력에 의해 묶여 있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툴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각 은하가 우주 공간에서 어떻게 운동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라니아케아의 경계와 그에 속하는 은하를 확정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특이 운동’이라는 측정 값을 사용했다. 이는 은하의 총 운동에서 우주 팽창에 의한 운동 성분을 뺀 값이라고 한다.
은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나타내는 이 궤적에서 은하를 끌어 당기는 중력의 중심 이른바 ‘인력체’(Attractor)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이런 인력체는 초은하단의 핵을 형성하고 거기에 속한 은하의 움직임을 지배하지만, 핵에 끌려 당기는 특이 운동을 밝히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은하마다 그런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라고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슐레겔 박사는 말한다. 슐레겔 박사 역시 현재 2500만 개의 은하를 지도에 담아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지만, 자신이 대학원생이었던 시절 이번 연구와 비슷한 지도 제작에 상당한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이런 종류의 지도 작성에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해왔지만, 매우 성가신 연구이기에 결국 모두가 포기했다”면서 “그런데 이 연구팀, 특히 툴리 박사는 열심히 노력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툴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8000개나 되는 은하의 특이 운동을 조사한 뒤 우리 은하와 주변 은하가 어떤 인력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지를 밝혀낼 수 있었다. 이들은 그런 정보를 사용해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범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센타우루스자리 방향에 있는) 라니아케아의 ‘거대 인력체’(Great Attractor)에 의해 움직이는 은하들은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은하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옆에 있는 물고기자리-페르세우스 초은하단에 있는 또 다른 인력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
툴리 박사는 “우리는 (라니아케아의) 경계를 찾으려고 했다”면서 “이는 지구의 분수령(분수계)과 비슷한 데 이런 분수령의 윤곽은 록키 산맥과 달리 평지에서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지만, 물이 어디로 흐를지 정해져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초은하단에 속하는 은하는 우주의 실에 꿴 구술처럼 이어져 있다. 각각의 실은 거대 인력체로 이어져 있다. 우리 은하는 이런 실 중 하나의 가장자리에 있는데 ‘로컬 보이드’(Local Void)라는 곳의 가장자리에 있다고 한다. 보이드(Void, 공동)는 이름 그대로 거의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이런 대규모의 우주 실과 보이드는 우주 전체에 흔히 존재한다.
하지만 툴리 박사는 라니아케아의 지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에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이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이 ‘섀플리 밀집지역’(Shapley Concentration)으로 불리는 더 큰 은하 집단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는 것.
툴리 박사는 “이는 정말 큰 것으로, 우리는 그것에 끌려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아직 섀플리 밀집지역의 윤곽을 찾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마 훨씬 큰 무언가(섀플리 밀집지역)의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논문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9월 3일자로 게재됐다.
사진=네이처(위), NAS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