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시각장애를 앓는 여성이 황당한 이유로 여권발급을 거부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1일 보도했다.
영국 잉글랜드 랭커셔에 사는 알렌산드라 카터(25)는 얼마 전 여권을 발급받기위해 관련부처를 찾았다가 황당한 거절 사유를 들었다. 그녀가 사진 속에서 ‘무표정’을 보이지 않았으며, 두 눈동자가 정면을 응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카터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인 안구진탕증(안진증, nystagmus)을 앓아 왔다. 이 병은 안구가 고정되지 않는 증상을 보이며, 이 때문에 카터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정면을 응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카터가 여권발급부서에 제시한 사진에서도 증상은 확연히 드러난다. 그녀의 눈동자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다른 안진증 환자들과 마찬자기로 카터 역시 눈동자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카터는 여권 발급을 위해 담당의사의 진단서까지 제출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그녀는 “나는 이미 시각장애인으로 등록이 되어 있고, 의사 역시 내가 안진증으로 인해 정면을 응시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었다”면서 “나는 내 의지대로 눈동자를 움직일 수 없다. 때문에 여권사진을 찍을 때에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녀의 사연이 알려지자 리버풀의 여권 발급처 측은 뒤늦게 그녀의 발급 신청서를 재심사 한 뒤, 여권 발급을 허가했다.
어렵사리 여권을 손에 쥔 그녀는 “친구와 여행을 가기 위해 이미 400파운드(약 68만원)를 썼는데, 이 돈을 모두 날리게 됐다”면서 “비록 나는 장애가 있지만 해외여행 결격사유가 없으며, 독립적으로 행동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여권 발급처의 관계자는 “이번 심사는 지난달부터 강화된 여권 발급 규정에 따른 것일 뿐”이라면서 “카터의 의견을 받아들여 여권을 발급하도록 허가했다”고 해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