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빨리 마셔 고민인 사람이나 매상을 많이 올리고 싶은 호프집 주인이라면 주의깊게 봐야할 소식이다.
최근 영국 브리스톨 대학 안젤라 애트우드 박사 연구팀이 맥주잔 모양과 맥주 마시는 속도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과거에도 몇차례 이같은 논문을 내놔 '맥주잔'에 일가견이 있는 그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 실험에 동원된 맥주잔은 두가지로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직선형 잔과 곡선형 잔이다. 먼저 연구팀은 알코올 병력이 없는 피실험자 160명(남녀 각각 8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이들에게 직선형 잔과 곡선형 잔에 담긴 맥주 1파인트(0.57ℓ)를 마시게 했다.
그 결과 과거 발표된 논문과 마찬가지로 직선형 잔 그룹이 곡선형 잔 그룹보다 평균 60% 정도 마시는 속도가 느렸다.
재미있는 추가 실험은 하나 더 있다. 이번에는 A그룹에게 1/4, 1/2, 3/4 용량 지점이 표기된 곡선형 잔을, B그룹에게는 아무 표기가 없는 곡선형 잔에 담긴 맥주를 마시게 했다. 그 결과 1파인트 한 잔 마시는데 A그룹은 평균 10.3분, B그룹은 9.1분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아무 표기도 없는 곡선형 잔을 사용하면 가장 빨리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셈. 그렇다면 왜 맥주잔의 모양이 맥주를 마시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연구를 이끈 애트우드 박사는 "술을 빨리 마시는 것이 빨리 취하는 것과 관계가 깊다는 것을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안다" 면서 "곡선 잔의 경우 직선 잔에 비해 남은 양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고 설명했다. 이어 "용량이 표기된 잔은 정확히 그 양을 알 수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마시는 것을 조절하게 만든다" 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