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년간 천문학계 난제
은하들은 어떻게 죽는가?
이 문제는 수십 년간 천문학자들의 골머리를 아프게 한 우주 미스터리였다. 천문학자들이 마침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잡은 것 같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천문학자들은 은하에는 두 개의 중요한 부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약 반수의 은하들은 가스가 풍부하여 별을 생산하는 부류이고, 나머지 반은 가스가 고갈되어 더이상 별을 생산하지 못하는 부류"라고 논문 주저자 잉지에 펭 케임브리지 대학 천문학자는 설명한다.
아직도 과학자들은 무엇이 은하 안에서 별들의 생성을 막는지 확실히 알고 있지 못하다. "무엇이 은하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가 하는 문제가 지난 20년 동안 천문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고 펭 교수는 14일(현지시간) 사이언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은하에서 별 형성이 중단되는 원인에 대해 과학자들은 두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하나는 이른바 '질식사'로, 은하 안에 별을 생성할 만한 신선한 가스 재료가 바닥남으로써 은하가 서서히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웃 은하의 중력으로 인해 가스를 갑자기 약탈당해 '급사'하는 경우라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가까운 은하 2만6,000개 이상을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 은하들의 사인이 '질식사'임을 보여주는 단서를 발견해냈다. "은하들이 질식을 당해 죽는다는 최초의 증거를 찾아낸 것"이라고 펭 박사는 말했다.
별은 거의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구자들은 '금속'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항성진화론에서 '금속'이란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일컫는다. 그러한 '금속'은 수소와 헬륨이 별 속에서 핵융합을 일으킴으로써 생성되는 중원소들이다.
과학자들은 죽은 은하가 산 은하에 비해 금속 함유량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가스 공급이 중단된 은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결과라고 펭 박사는 설명한다.
-별 생성 가스 바닥나 서서히 최후
은하에 가스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은하 내부에는 여전히 가스가 남아 있어 별들이 생성이 계속된다. 대신 이러한 별들은 수소나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에 비해 갑자기 가스를 강탈당해버린 은하는 별 생성이 급속이 중단되어 중원소를 덜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컴퓨터 모델에 따르면, 이러한 가스 공급 중단으로 별 생성이 중단되고 은하가 질식사하게 되는 데는 약 40억 년이 걸린다. 이 시간은 별을 생산하는 산 은하와 죽은 은하의 나이 차이와 같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한다.
연구자들은 이 질식사 가설이 은하의 95% 이상이 태양질량의 1000억 배에 달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말한다. 그보다 더 큰 은하들에 대해서는 질식사 가설과 급사 가설 중 어느 것을 따를 것인지는 증거가 명확치 않다고 펭 박사는 말한다.
비록 대부분의 은하들이 질식으로 최후를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질식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펭 박사는 덧붙인다.
앞으로 연구진이 먼 거리 은하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면 우주가 젊었을 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은하들의 형성과 그 진화의 그림을 더욱 자세히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앞으로 더욱 강력한 장비를 갖게 될 것이다. 다중 망원 근적외선 분광기(MOONS)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연구도 앞으로 몇년 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믿는다"고 펭 박사는 말한다.
펭과 동료들이 진행한 연구내용은 '네이처'지 5월 14일자에 게재되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