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흔히 쓰는 용어는 아니지만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의 뜻은 마라톤 등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 느껴지는 쾌감과 행복감을 의미한다.
최근 영국 옥스포드 대학 연구팀이 '러너스 하이'가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끌고있다.
마라톤 동호인들 사이에서 궁극의 경지로 여겨지는 '러너스 하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30분 이상 격렬히 달릴 때 느껴진다고 알려져있다. 극한의 고통 속에 희열처럼 다가오는 이 느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 중독에 빠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옥스포드 대학의 이번 연구는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된 실험을 바탕으로 얻어졌다. 먼저 연구팀은 한 그룹의 쥐들에게는 쳇바퀴를 5시간 동안 뛰게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아무 것도 시키지 않았다. 이후 두 그룹의 쥐들을 어두운 장소에 가둬놓고 관찰한 결과 러너스 하이의 증상을 보인 쥐들이 근심이 적고 고통도 더 잘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러너스 하이를 이끄는 결정적인 '범인'으로 '카나비노이드 수용체'(cannabinoid receptors)를 지목했다. 다양한 화합물의 한 종류인 카나비노이드는 마리화나의 주성분으로 특히 뇌의 수용체와 결합해 쾌락과 행복감을 지속시킨다.
그러나 과거 다른 연구에서는 격렬한 운동이 베타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시켜 모르핀 같은 효과를 얻는다고 주장해왔다.
연구팀은 "달리기를 하면 베타엔도르핀과 카나비노이드의 일종인 아난다마이드가 잘 분비된다" 면서 "그중 베타엔도르핀은 너무 커서 뇌를 보호하는 혈뇌 장벽을 통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같은 이유로 러너스 하이를 일으키는 주원인은 우리 뇌 속에 있는 카나비노이드 수용체" 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너스 하이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A.J.맨델이 1979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30분 이상 운동을 계속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과 황홀감을 의미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