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곤충은 화석으로 남기 쉽지 않다. 단단한 뼈를 가진 것도 아닌 데다 대부분 크기마저 작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화석으로 남더라도 미세한 구조가 사라져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가끔은 놀랄 만큼 완벽한 모습으로 화석화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나무의 수지 안에 단단하게 굳은 보석인 호박(amber) 안에 곤충이 갇히는 경우다.
호박 속에 갇힌 고대 곤충의 이야기는 소설 원작의 영화인 ‘쥐라기 공원’ 때문에 유명해졌다. 비록 영화에서와는 달리 이를 이용해서 공룡을 복원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과학자들은 호박 속에 있는 곤충 화석을 통해 아주 오래전 곤충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호박은 종종 천연적인 타임캡슐로 불리곤 한다.
최근 미국 클렘슨대학의 마이클 카테리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얀마에서 발견된 호박에서 9,900만 년 전 곤충화석을 발견했다. 이 곤충은 딱정벌레목 풍뎅이붙이과(Histeridae)에 속하는 데, 이 종류의 곤충 화석 가운데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풍뎅이붙이과는 현재도 4000여 종이 번성하고 있다.
화석 곤충의 크기는 2mm에 불과하지만, 보존 상태는 극도로 완벽해서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구조물까지 모두 확인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더듬이나 흉부 구조 같은 미세한 구조도 현생 종과 비교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보면 정말 공룡이 살던 시기에 살았던 곤충인가 믿기 힘들 만큼 완벽한 보존상태다.
연구팀은 현존하는 후손들과 이 화석을 비교해서 생각보다 현대적인 특징이 이미 이 시기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중생대에 이미 딱정벌레목 곤충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그냥은 화석으로 보존되기 어려운 곤충도 호박의 도움 덕분에 완벽하게 연구할 수 있다. 비록 공룡을 복원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호박 속의 곤충은 고생물학자들에게는 자연이 준 선물이자 귀한 보배인 셈이다.
사진=독일 슈투트가르트 주립 자연사 박물관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