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이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인 알마(ALMA)를 이용해서 지구에서 124억 광년 떨어진 위치에 있는 은하 W2246-0526을 찾아냈다. 이 은하가 이렇게 먼 거리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이유는 적외선 영역에서 밝기가 태양의 350조 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밝은 은하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은하의 진화와 연관이 있다. 124억 광년 떨어진 은하라는 것은 124억 년 전 우주 초창기의 은하라는 이야기다. 이 시기에는 별은 적고 가스는 풍부한 초기 은하들이 존재했다. 이 은하 중심에는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데, 막대한 가스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블랙홀 주변에는 흡수되는 물질의 고리인 강착 원반이 형성되고 이 원반의 수직 방향으로 강력한 물질의 흐름인 제트가 방출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는 매우 막대해서 은하 자체의 에너지를 능가할 수 있다.
현재는 이런 은하가 드물지만, 과거에는 이런 활동성 은하가 흔했다. 이번에 발견된 은하 역시 이런 은하 중 하나인데, 더 극단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의 리더인 로베르토 아세프 교수에 의하면 중심 블랙홀에서 나오는 에너지 자체는 가스와 먼지에 가려있고 실제로 관측이 되는 것은 여기서 나온 에너지에 의해 이온화되고 가열된 성간 가스이다.
블랙홀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워낙 크다 보니 은하계 전체에 있는 가스와 먼지들이 고온으로 가열되어 적외선 영역에서 에너지를 내놓는 것이다. 이 가스에서 나오는 적외선 에너지는 지구로 올 때쯤엔 밀리미터 파장으로 관측된다.
과학자들은 이 은하 중심 블랙홀의 밝기가 은하 전체 밝기의 100배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우주 초기에는 매우 활발한 블랙홀의 성장과 은하의 진화가 일어났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이 은하의 경우 그 대가로 사실상 거의 모든 성간 가스를 잃게 되었을 것이다. 연구팀은 이 은하의 성간 물질이 초속 500~600km라는 매우 빠른 속도로 소용돌이치는 증거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지금쯤 이 은하는 가스를 대부분 잃어 거의 활동이 없는 매우 정적인 은하일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도 과거엔 잘 나가다가 어느 순간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진 유명인이 존재하는 것처럼 은하 역시 지금은 잠잠하지만, 과거에는 격렬하고 화려한 과거를 가진 것들이 있다. 과학자들은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측해서 이렇게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