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옛말은 그저 ‘옛말’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해외 연구진은 실시간으로 사람의 감정을 알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7명의 간질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이 간질환자들은 간질 발작과 관련한 뇌 부위인 측두엽에 발작을 방지하는 전극을 이식받았는데, 이 전극의 패턴을 프로그래밍하면 감정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간질과 관련된 측두엽은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측두엽의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정상태를 진단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데, 연구진은 측두엽에 이식한 전극의 패턴이 특정한 감정마다 독특한 움직임을 보인다는데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감정과 관련한 이미지를 보여준 뒤 전극이 보내는 패턴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얼굴 표정과 집의 모습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화면과 뒤집어진 사물 등의 모습이 포함돼 있다.
예컨대 실험 참가자가 집 이미지를 보는 동안 나타나는 전극 패턴을 프로그래밍한 뒤 이를 저장시켜놨다가, 이후 반복된 실험에서 비슷한 또는 같은 전극 패턴이 나오면 참가자가 집 이미지를 보고 있다고 유추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실험을 반복한 결과 컴퓨터가 실험참가자의 패턴을 인식하고 어떤 이미지를 보고 있는지 맞출 확률이 96%에 달했다. 특정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낸 것이다.
실험참가자가 사람의 표정이 담긴 사진을 봤을 때의 전극패턴 변화 역시 같은 방식으로 분석됐으며, 이를 통해 감정을 유추하는 프로그램 공식을 만들 수 있었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가 뇌의 뉴런(자극 및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계 단위)의 활동 변화만을 토대로 했다면, 이번 연구는 더욱 광범위한 뉴런의 활동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시각적 사물을 관찰했을 때의 특정 뇌 부위 변화를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연구는 말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이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특정 환자들을 치료하고 돕는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생물정보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플로스 컴퓨테이셔널 바이올로지(PLoS Computational 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