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미국 미시간주 뉴웨이고 카운티의 한 가정집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리는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5발의 총탄을 맞고 숨진 사람은 집주인인 마틴 듀람. 그리고 부인인 글레나 역시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으나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당초 검찰은 글레나를 피해자로 판단했으나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쏜 것으로 판단, 그녀를 1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글레나는 살인혐의로 기소됐으나 문제는 이를 입증할 증거였다. 건강을 회복한 글레나는 사건 자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나섰다.
이때 유일한 '목격자'로 등장한 것이 바로 숨진 듀람이 키우던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 버드였다.
사건 이후 버드가 "쏘지 마, 제기랄"(Don‘t f×××ing shoot)이라고 반복적으로 울었기 때문. 듀람의 부모는 "앵무새는 사건 당시 집에 있었다"면서 "듀람이 숨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반복적으로 흉내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앵무새의 '진술'(?)을 과연 검찰이 법정 증거로 제출할 것인지와 이를 법원이 받아들일 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지난 2일(현지시간) 공소제기에 앞서 피의자가 범인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심사하는 예비심문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부부가 심하게 싸우는 소리를 들은 목격자들의 진술과 용의자인 글레나가 남긴 3장의 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 유서에는 살인 동기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필적 감정 결과 글레나의 것으로 밝혀졌다.
현지 언론은 "검찰이 기존 증거들 만으로 글레나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면서 "만약 재판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앵무새를 법정에 출석시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