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에서는 로봇 알투디투(R2-D2)가 공기 중에 레이저로 레아 공주의 입체 영상을 투영한다. 이런 공상과학(SF)적인 장면이 현실이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미국 브리검영대학 대니얼 스몰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공기 중에 무수히 많은 미세 입자를 제어해 홀로그램보다 사실적이고 명확하게 보이는 3D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24일자에 발표했다.
스몰리 박사는 “이 기술은 단지 공간에 무언가를 빨리 인쇄하고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손가락 하나 위에서 조그만 나비 한 마리가 춤추는 모습과 스타워즈 속 레아 공주를 흉내 낸 한 대학원생의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했다.
이 기술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홀로그램 기술보다 스타워즈 속 한 장면과 가깝게 재현한 것이다.
경쟁 기술을 개발 중인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커티스 브로드벤트 박사는 “이번 기술은 정말 멋지다”면서 “사람들은 이 영상을 원형으로 둘러서서 볼 수 있고 어떤 장소에서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홀로그램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몰리 교수는 “공기 중 입자들은 영화 ‘스타트렉’에 나왔던 트랙터 빔 방식처럼 레이저 광선에 의해 제어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몰리 교수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려준 것은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홀로그램 장갑을 착용하고 영상을 조작하는 장면이었다. 현실에서는 영상이 교란돼 스타크의 팔처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없다.
스몰리 교수는 “홀로그램에서 이른바 ‘부피측정 디스플레이’(volumetric display)로 불리는 이런 기술로 발전하는 과정은 일반적인 2D 프린터에서 3D 프린터로 발전하기만큼 어렵다”면서 “홀로그램은 눈에 3D로 보이긴 하지만 모든 작동 원리는 2D 평면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핵심은 토니 스타크의 팔처럼 입자를 포착해서 움직여야 하므로 팔은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 초기에 스몰리 교수는 중력이 입자를 떨어뜨려 영상을 유지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레이저 광선의 에너지는 대기압을 변화해 입자의 부유 상태를 유지한다고 그는 말했다.
스몰리 교수는 영상을 공기 중에 투영하기 위해 어린이 도시락 크기의 1.5배 정도 되는 기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현재 기술로는 이보다 크게 영상을 만들면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스몰리 교수는 더 많은 연구와 다양한 레이저 빔을 사용해 더 큰 프로젝트를 만들 계획이다.
그의 기술이 현실화되려면 아직 몇 년은 더 걸리겠지만, 앞으로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를 모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