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늪참새
짹짹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가 마치 인류가 몇 세대에 걸쳐 문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것처럼 이어져 왔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퀸메리 런던대 심리학자 로버트 라클런이 이끄는 연구팀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늪참새들은 지역마다 저마다 선호하는 노래를 계승해나간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에 사는 늪참새들은 3박자 노래를 좋아하지만, 미네소타주에 사는 늪참새들은 4박자 노래를 부르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젊은 개체가 나이 든 개체에게 노래를 배워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라는 생각에 실제로 노래가 계승되고 잇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뉴욕주와 펜실베이니아주, 미시간주, 그리고 위스콘신주에 사는 수컷 늪참새 615마리의 노래를 녹음해 소프트웨어로 분석했고 늪참새들은 개체당 최대 5곡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어 연구팀은 젊은 늪참새가 어떻게 노래를 배우는지 알아보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노래가 집단 속에서 어떻게 확산하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수학 모델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들 참새가 ‘단순히 마음에 드는 곡을 배우는지’ 또는 ‘아비 등 특정 개체가 부르는 노래를 좋아하는지’ 등 다양한 가설을 이 모델에 적용해 가장 연관성이 높은 노래 학습 방법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젊은 늪참새들은 다른 개체가 부르는 노래를 무작위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기 있는 곡을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늪참새는 모든 노래를 98%가 넘는 정확도로 익힐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이들 참새는 몇백 년 동안에 걸쳐 노래를 계승하고 있을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티븐 노비츠키 듀크대 생물학과 교수는 “인류가 가진 전통문화는 높은 인지 능력에 의해 유지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단순히 인기 있는 노래를 기억해 노래할 뿐’이라는 단순한 규칙으로도 인간의 전통문화처럼 노래를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진=로버트 라클런 제공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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