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분단의 시간을 넘어 돌아오다- 통영 윤이상 기념관

작성 2018.10.11 09:48 ㅣ 수정 2018.10.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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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이상 기념공원 내에 마련된 윤이상 기념관에는 진본 유품을 비롯하여 선생이 아꼈던 귀한 물건들도 전시되어 있다


“나의 아이들아, 나는 스파이가 아니다.”

1969년 윤이상(1917-1995)은 고문실 유리재떨이로 숨을 끊고자 하였다. 머리가 터져 흘러내린 피로 벽에 유언을 적는다. 자살은 실패한다.

동백림 사건, 혹은 동베를린 사건이라고 불리는 간첩단 사건을 1967년 7월 8일 중앙정보부에서 발표한다. 말인즉슨 194명의 독일, 프랑스의 한국인 유학생들이 동베를린의 북한 대사관과 평양을 넘나들며 간첩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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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윤이상 선생은 처음 사형선고를 받은 뒤 한국을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는다


처음 사형 선고를 받았던 윤이상은 1967년 12월 13일 1차 공판에서 무기징역, 재심·삼심에서 감형을 받은 뒤 1969년 2월 25일 대통령 특사로 석방된다. 이후 그는 조국을 떠났다. 그리고 살아서는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죽어서야 맡을 수 있었던 고향의 바다 내음. 2018년 대한민국은 그를 품었다. 통영의 윤이상 기념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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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자신의 고향인 통영을 그리워하였던 윤이상 선생은 죽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970년대 유럽에서 윤이상은 이미 세계적인 음악가였으며 생존하는 유럽 5대 작곡가로 꼽힐 정도였다. 윤이상 음악의 시작은 1959년 다름슈타트(Darmstadt)에서 초연한 <일곱 악기를 위한 음악>이었는데 이 공연이 큰 성공을 거둠으로써 유럽 현대음악계에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는다.

그는 동양 음악의 특징인 '주요음(Hauptton)' 기법과 주요음향 (Hauptklang) 기법을 도입하였는데, 이런 방식은 점과 점의 연결을 기본으로 하는 서양 음악과는 달랐다. 한자(漢字)의 획과 부수 개념을 응용한 음의 굵기로 높낮이를 조절하는 그의 음악적 세계는 한계에 다다른 서양 음악 에 새로운 지평을 넓혀준다. 그가 1966년 도나우에싱엔(Donaueschingen) 음악제에서 발표한 <예악>의 '주요음' 기법은 기존 서양 음악 세계에서는 크나큰 충격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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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뮌휀올림픽을 기념하여 공연한 윤이상 선생의 심청 악보도 전시되어 있다


이후 윤이상은 1969년부터 1970년까지 하노버 음악대학에서 1977년부터 1987년까지는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후학들을 양성하였다. 수상경력도 화려해서 1988년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훈장, 1992년 함부르크 자유예술원 공로상, 1995년 괴테 메달까지 받은 그였지만 조국은 냉정하였다. 대한민국은 그가 작곡한 음악의 국내 연주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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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이상 기념관에는 윤이상 선생의 손때가 묻은 귀한 진본 유품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다


결국 1995년 11월 3일 폐렴으로 생을 마감한 윤이상은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되었다. 23년이 지난다. 2018년 3월 20일 통영 국제 음악당 언덕에 그의 유해는 조용히 이장된다. 그리워하던 통영의 푸른 바다를 맘껏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고단한 생과 사의 이력이 고향에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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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의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통영 국제음악당 언덕 한 켠에 윤이상 선생의 묘가 마련되어 있다


현재 윤이상 기념공원 1층과 2층에 마련된 전시실에는 윤이상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그가 작곡하던 방을 본 뜬 공간과 생전에 사용하던 유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인간 윤이상을 만날 수 있고 진본 악보와 악기를 비롯한 귀중한 전시품들을 통해 음악가 윤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야외에는 기념비와 아울러 호수 및 정원, 야외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어 윤이상 기념공원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작은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윤이상 기념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통영을 들러 시간이 넉넉히 남는다면

2. 누구와 함께?

- 가족, 혼자라도

3. 가는 방법은?

- 경남 통영시 중앙로 27(도천동 150-4)/644-1210(055) 윤이상 기념공원 내

4. 감탄하는 점은?

- 윤이상의 진품 유물들, 악보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조용한 곳이다. 아직은.

6. 꼭 봐야할 장소는?

- 전시관 2층에 마련된 윤이상 선생의 유품들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알쓸신잡의 ‘분소식당’, 멍게비빔밥 ‘대풍관’, 물회 ‘통영해물가’, 복어 ‘만성복집’, 시래기국 ‘원조시락국’, 해물뚝배기 ‘통영식도락’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timf.org/memorial/submain_memorial.do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박경리 문학관, 스카이루지, 케이블카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이념과 분단의 시간을 넘어 예술의 혼을 불태운 순수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남아 있는 곳.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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