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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스티븐 호킹이 본 우주 그리고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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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호킹 박사. AFP 연합뉴스


우주전문사이트 스페이스닷컴은 21일(현지시간)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저서를 소개하면서 “우리 우주에 신이 존재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언한 호킹의 주장을 보도해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살아생전 스티븐 호킹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책상에서 또는 그 너머로 자신의 마음을 블랙홀의 가장 깊숙한 데까지 소용돌이치게 하고, 시간의 시작과 만나기 위해 가없는 우주를 가로질러 수십억 년의 시간을 거슬러오르기도 했다.

그는 우주의 창조를 과학자의 눈으로 보았고, 저 거대한 수수께끼들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우주에는 우리뿐인가? -에 관한 토론에 초청받으면 언제나 과학자로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밝혔고, 그것은 때로 종교인들을 서운하게 만들기도 했다. 호킹이 첫 부인과 결별하게 된 것도 이러한 호킹의 종교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벤텀 북스가 지난 16일에 출간한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책 '큰 질문에 짧은 답변'(Brief Answers to Big Questions)은 호킹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골치 아픈 문제, 곧 ‘신은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호킹의 소견으로, 10편의 은하계 에세이로 시작된다.

호킹의 대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족과 동료,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 인터뷰, 수필, 연설 등을 통해 수집된 것으로, 호킹의 독자들에게는 그리 놀랄 만한 내용은 아니다.

지난 3월에 별세한 호킹 박사는 저서에서 “나는 우주가 과학의 법칙에 따라 무에서 저절로 탄생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히면서 “자연법칙이 그렇게 정해진 거라고 받아들이면 곧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면 신의 역할은 무엇인가?”라고 말한다.

호킹은 평생 빅뱅이론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우주는 원자보다 작은 한 특이점에서 갑자기 폭발하면서 시작되었으며, 이 원시원자로부터 우주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물질, 에너지, 공간이 생겨났고, 이 모든 원시 물질은 엄밀한 과학법칙에 따라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우주로 진화했다는 것이 빅뱅 이론의 요지다. 호킹과 빅뱅론자들은 중력과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및 몇몇 법칙들을 조합하여 우주 만물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호킹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원한다면 자연법칙이 신이 하는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은 신이라는 존재의 정의 그 이상의 것이다.”

요컨대, 우주가 과학적으로 유도된 자동조종 장치로 운행되고 있다면, 전능한 신의 유일한 역할은 우주의 초기 조건을 설정하여 그 법칙이 구체화될 수 있게 하고, 그런 다음 빅뱅을 일으키고는 한 걸음 물러서서 그것을 지켜보는 일일 거라는 얘기다.

“빅뱅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신께서 양자 법칙을 만들었을까?”라고 반문한 호킹은 “나는 신앙인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싶지 않지만, 과학은 신적인 창조자보다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책에서 말한다.

호킹의 설명은 아원자 입자의 행동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에서 시작된다. 양자역학에서 양성자나 전자 같은 아원자 입자가 행동하는 방식은 우리 상식을 벗어난 것으로, 존재하지 않던 입자가 잠시 모습을 나타내다가 다음 순간 사라져 전혀 엉뚱한 곳에서 갑자기 유령처럼 나타난다는 식이다. 그 중간 단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호킹은 “우주는 한때 원자보다 작은 아원자 입자의 크기였기 때문에 빅뱅에서 양자와 유사하게 행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더없이 광대하고 복잡한 우주 자체는 자연의 알려진 법칙을 위반하지 않고 존재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신이 양자 크기의 특이점을 만들었다는 가능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양자 역학적인 스위치가 찰칵 켜져 빅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킹 박사는 이에 대해서도 과학은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선 블랙홀 물리학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블랙홀이란 붕괴된 별이 극한의 밀도로 응축된 결과 중력이 무한대인 존재로서, 빛마저도 여기서 탈출할 수 없다. 나아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왜곡된다. 간단히 말해서, 블랙홀 속에는 시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도 특이점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빅뱅 이전에는 시간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다. 빅뱅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질문에 대해 호킹은 “빅뱅 이전에는 시간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그 이전이란 없다”고 설명하면서 “원인을 찾을 만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마침내 원인이 없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곧 창조자가 존재할 시간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창조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호킹은 이렇게 부연한다. “빅뱅 이전의 사건들에는 아무런 관찰 결과가 없으므로 이론으로 추구할 대상에서 벗어나며, 시간은 빅뱅에서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호킹의 주장이 유신론자들을 설득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호킹의 의도는 결코 그들을 실망시키는 데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호킹은 우주를 이해하는 데 거의 종교적인 열정을 지니고 ‘신의 마음’을 알기 위해 평생을 헌신한 과학자였다. 그의 우주관에서 볼 때 창조자와 자연법칙은 양립할 수 없지만, 호킹의 우주에는 여전히 믿음과 희망, 경이, 특히 감사가 가득 넘치고 있다.

호킹은 그의 마지막 책 첫 장의 끝에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우주의 이 장대한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는 이 한 번의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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