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계나 밴드 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앞으로 의료 부분에서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산소 포화도, 맥박, 심전도같이 중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건강한 성인에서는 크게 활용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심각한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키는 뇌전증(epilepsy)이 그렇습니다. 뇌전증은 불치의 병은 아니지만, 심한 발작이 지속되는 경우 위험한 질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밤중에 혼자 있는 상태에서 심한 발작이 생기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감지하기 위한 센서가 이미 나와 있기는 하지만 정확도가 많이 떨어져 위험한 경우를 많이 놓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번 대학을 비롯한 여러 관련 연구 기관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4년부터 밴드형 손목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나이트워치(nightwatch)라고 명명된 이 웨어러블 센서는 외형은 별다른 특징이 없지만, 중증 간질 발작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관절 움직임 및 맥박 변화를 측정해 보호자 및 의료진에게 바로 경고를 보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면 도중 일어나는 위험한 발작을 감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나이트워치가 예방하려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SUDEP(Sudden unexpected death in epilepsy)입니다. 이는 잘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가 주로 야간에 발생하는 발작으로 사망하는 경우로 지적 장애를 동반했거나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중증 뇌전증에서 나타납니다. 중증 환자에서 SUDEP가 나타날 가능성은 20%에 달합니다.
연구팀은 28명의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평균 65일 정도 테스트한 결과 발작의 85%, 중증 발작의 96%를 감지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손목 밴드 혹은 패치 형태로 쉽게 착용하거나 붙일 수 있는 웨어러블 센서는 운동량이나 맥박을 측정해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만성 질환을 지닌 경우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심장 질환이나 만성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응급 상황 발생 시 몇 분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웨어러블 센서가 모든 환자를 살릴 순 없지만,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순 있을 것입니다. 저렴하고 정확도가 높은 웨어러블 센서와 모니터링 기기가 널리 보급되기를 희망하는 이유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