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충돌구로 불리는 이 구덩이는 소행성이나 혜성 등의 천체가 대기권을 뚫고 땅에 떨어지면서 남긴 것으로, 그 폭은 무려 31㎞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국제 연구팀이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14일자)에 발표했다. 서울의 폭이 약 37㎞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돌구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는 것.
지난 2015년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히아와타(Hiawatha)라는 이름의 빙하 속 땅이 함몰돼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하고 물리적 특성을 확인해 충돌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 최첨단 레이더 기술을 사용한 최신 조사와 기존 레이저 조사 자료를 사용해 이 충돌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운석이 충돌할 때 발생한 힘을 예측하기 위해 충돌구의 크기와 모양을 조사했다. 또한 충돌구 등에서 발견한 여러 잔해를 분석해 운석의 주성분이 철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각종 자료를 분석해 이 정도 크기의 충돌구가 생기려면 운석의 지름이 1㎞가 넘어야 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운석의 무게는 무려 120억 t으로 추정돼 이만큼 큰 운석이 땅에 떨어지면 반경 100㎞ 이내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주장한다.
그 폭발력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4700만 배 정도 된다고 이 연구에 참여한 덴마크 자연사박물관의 쿠어트 키예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히로시마 원폭은 TNT 폭탄 1만5000t에 달하는 폭발을 일으켰다면서 이 운석은 TNT 폭탄 7050억 t에 달하는 폭발력으로 지구를 강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운석이 지구에 충돌했을 때 아마 인명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왜냐하면 운석이 떨어진 시기가 마지막 빙하기에 속하는 최소 1만2000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이누이트(이뉴잇)족이 아직 그린란드로 진출하지 않았다고 키예르 교수는 덧붙였다.
그렇지만 이 폭발로 인한 수많은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중 일부는 수백 ㎞ 떨어진 오늘날 캐나다까지 날아갔다고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키예르 교수는 “지금까지 충돌구의 연대를 직접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이번 충돌구는 그린란드에 얼음이 덮히기 시작한 뒤에 형성됐다는 증거를 보여줘 최소 1만2000년 전부터 최대 300만 전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