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는 지난 2015년부터 방영된 우크라이나 인기 드라마 ‘국민의 종(Servant of the People)’에서 주인공인 대통령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에서 고등학교 교사였던 젤렌스키는 부패한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영상으로 의도치 않게 대통령이 됐으며, 부패 정치인과 신흥재벌을 척결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젤렌스키처럼 코미디언, 배우 등 연예계 생활을 거쳐 정치계에 입문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대표적으로 미국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37년 할리우드에 입성해 약 5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특별한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1962년 미국 공화당에 가입, 19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강하고 풍족한 미국’을 구호로 내건 레이건은 1980년 민주당의 J.카터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포스트 레이건'으로 불리는 아놀드 슈왈제네거도 할리우드 출신 정치인이다. 1969년 데뷔했으나 긴 무명 시간을 보내던 그는 1984년 영화 ‘터미네이터’로 스타덤에 올랐다. 평소 정치계 진출 생각이 간절했던 슈왈제네거는 1986년 존 F.케네디의 조카이자 NBC 유명 언론인 마리아 슈라이버와 결혼했다. 1990년 조지 H.W. 부시 지명으로 4년간 문체부 의장으로 근무했으며 2003년과 200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당선됐다.
배우 겸 영화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대표적인 미국 공화당원이다. 1986~1988년까지 캘리포니아주 카멀바이더시 시장을 맡았다. 보수주의자지만 성적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존중해 민주당과 진보주의 영화인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다.
가장 최근 정치계에 발을 들인 배우로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변호사 미란다 홉스 역을 맡았던 신시아 닉슨이 있다. 그녀는 2018년 뉴욕 주지사 민주당 후보 경선에 도전했지만 현역인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에게 30%포인트 격차로 대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 신성일, 이순재 등 많은 배우가 정치계의 문을 두드렸다. 이순재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지만 14대 총선에서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구 갑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고 신성일은 1981년, 1996년 두 차례 낙선 끝에 16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배우 문성근 역시 2003년 대북특사로 방북해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는 등 정치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일하며 민주통합당 대표 대행을 맡기도 했지만 2012년 19대 총선에서 떨어졌다.
최불암은 본명 최영한으로 1992년 14대 총선에서 통일국민당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으며, 이덕화는 15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정한용 역시 15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16대 총선에서 패해 배우로 복귀했다. 김을동은 1995년 서울 시의회 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18,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