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금까지 주요 로켓 제조사들은 엔진 부품 등 일부 부품만 금속 3D 프린터로 출력하고 나머지는 일반적인 제조 기술을 이용해 로켓을 제작했습니다. 반면에 2015년에 설립된 민간 우주 로켓 스타트업인 랠러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는 로켓 전체를 3D 프린터로 출력한다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닙니다. NASA는 이들을 위해 테스트 시설을 빌려줬고 미 공군 역시 2021년 첫 발사를 위해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 발사 시설 건설을 승인했습니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의 첫 로켓인 테란-1(Terran-1)은 높이 30m에 지름 2m인 2단 로켓입니다. 저지구궤도(LEO) 페이로드는 1250㎏으로 중형 위성까지 발사가 가능합니다. 1회 출력 비용이 1000만 달러로 저렴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 95%의 부품을 60일 이내에 출력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테란-1을 출력하기 위해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금속 3D 프린터 중 하나인 스타게이트(Stargate)를 개발했습니다. 스타게이트는 거대한 로봇 팔에 탑재된 프린터 헤드를 통해 엔진, 연료 탱크, 페이링 및 로켓 동체를 출력합니다.(사진)
테란-1의 1단에는 9개의 Aeon-1 엔진이 탑재되고 2단에는 한 개의 Aeon-1 엔진이 탑재됩니다. 이 엔진은 니켈 합금으로 출력되며 불과 100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로켓 엔진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지녔지만, 한 번 쓰고 버렸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소모됐습니다. 복잡한 구조를 지닌 로켓 엔진을 3D 프린터로 한 번에 출력하면 제조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연료는 액체 산소와 액체 메탄이며 엔진 1기의 추력은 68.9kN입니다. 이 엔진은 NASA 존 C 스테니스 우주 센터의 E-3 테스트 시설에서 100회에 달하는 연소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3D 프린터로 출력한 로켓이 제조사의 기대대로 높은 압력과 열을 견디고 안전하게 발사될지는 2021년에 실제 발사를 해보기 전까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금속 3D 프린터의 가장 획기적인 성과가 될 것입니다.
물론 랠러티비티 스페이스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해도 금속 3D 프린터가 로켓 및 항공 제조 부분에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은 분명합니다. 현재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제조사들도 금속 3D 프린터 관련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면 적용 범위를 계속해서 늘려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3D 프린터를 통한 혁신은 우주 항공 산업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계속해서 확산할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