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독일에서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의 황당한 처사가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혀 비난이 쏟아졌다.
현지시간으로 17일,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히는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는 관내의 홍수 피해지역인 에르프트슈타트를 방문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홍수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과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는 발언을 하고 있었다.
라셰트 주지사는 발언 중인 대통령 뒤쪽에서 일행과 이야기를 나눴고, 이 과정에서 몇 초간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단순히 옅은 미소가 아닌 몸을 움직이며 파안대소하는 모습까지 포착됐고, 곧바로 독일 전역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현지 언론인 빌트는 “온 나라가 우는데 라셰트는 웃는다”며 일침을 가했다. 야당 좌파당 막시밀리안 라이메르스 의원도 “이 모든 상황은 라셰트 주지사에게 장난인가보다”며 “이런 그가 어떻게 차기 총리가 되겠냐”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자 라셰트 주지사는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당시 대화를 나누던 상황이 그러게 비쳐져서 후회된다”, “당시 처신이 부적절했다.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라셰트 주지사의 과거 논란까지 환기되는 분위기다. 그는 최근 현지 일간지 여성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여성 기자에게 ‘아가씨’(young lady)라고 지칭해 비판을 받았다.
라셰트 주지사는 오는 9월 26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를 뽑는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0%를 받으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야당인 녹색당은 약 20%로 지지율로 2위다.
한편 AFP에 따르면 현재까지 독일에서 폭우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는 최소 156명에 달한다. 가장 피해가 심한 라인란트팔츠주에서만 110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670명으로 집계됐다. 통신장애 등으로 실종상태에 놓인 시민도 수 백명에 달한다.
독일 안팎에서는 기록적인 폭우 및 홍수가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벤자 슐체 독일 환경부 장관은 “기후 변화가 독일에 도래했다”며 “이 사건들은 기후 변화의 결과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같은 극한 기후에 잘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