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란은 원숭이두창 감염자 중 일부가 남성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로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의 22일(이하 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전날 기준 WHO에 보고된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 92건 중 상당수가 게이나 양성애 남성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성건강 클리닉을 통해 발견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국 보건안전국은 지난 17일 영국에서 새로 보고된 원숭이두창 감염자 4명 모두 게이 또는 양성애 남성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보건안전국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긴밀한 신체 접촉을 통해 확산한다”면서 “동성애 또는 양성애 남성들에게 신체 부위에 발진 또는 병변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스페인에서도 게이 사우나로 알려진 곳에서 하루에 30명이 넘는 집단 감염자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환자가 20~50세 남성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에 집중된 점에 주목하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는 원숭이두창이 남성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만 감염되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호흡기 전파도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호흡기로 되는 전파력은 높지 않을뿐더러, 정액을 통해서 전염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감염경로는 체액과 침방울, 고름, 호흡기 등을 통한 밀접 접촉이다.
유럽에이즈계획은 “WHO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감염 위험이 큰 사람은 감염자와 밀접한 신체접촉을 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원숭이두창 관련 언론보도와 논평, 사진에서 성 소수자와 아프리카인을 묘사하며 동성애 혐오와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WHO 역시 20일 성명에서 “질병과 관련해 낙인찍기를 해서는 안 된다. 이는 환자가 치료받는 것을 막고, 발견되지 않은 전염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종식에 장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벨기에, 세계 최초로 원숭이두창 확진자에 3주 격리 방역 지침 마련한편, 인수공통감염병인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1~2주이며, 공기 중의 호흡기 비말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동물과 사람 간에 전파되는 병원체에 속한다.
발진 및 발열, 피부 병변 등 천연두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며, 심하면 폐출혈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현재까지 영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스위스 등 유럽 10개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및 이스라엘 등지에서 발병사례가 보고됐는데, 이중 벨기에와 영국은 확진자에게 3주 동안 자가격리 하게 하는 방역 지침을 세계 최초로 마련했다.
영국 보건안전국의 수석 의료 고문인 수잔 홉킨스는 22일(이하 현지시간) BBC와 한 인터뷰에서 “증상이 있는 사람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 발진이 의심되면 곧바로 보건소 등에 연락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매일 더 많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천연두 바이러스와 유사해 천연두 백신으로 85%까지 면역 보호를 받을 수 있다. BBC는 “현재 영국과 스페인, 호주 등의 국가가 천연두 백신 확보에 나섰다” 고 보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