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보건당국은 이날 미 텍사스 출신의 48세 남성이 며칠 전 푸에르토 바야르타 병원을 탈출해 해외로 도피했다고 밝혔다.
남성은 원숭이두창이 의심돼 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격리 중이었다. 그는 내원 당시 기침과 오한, 근육통 외 얼굴과 목, 몸에 발진이 있었다.
그러나 남성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병원을 몰래 빠져나간 뒤 애인과 함께 4일 비행기로 멕시코를 떠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해당 남성이 6일 귀국 후 검사에서 원숭이두창 감염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남성은 지난달 12~16일 독일 베를린에도 머물다 텍사스로 잠시 돌아왔고 같은 달 27일 푸에르토 바야르타를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은 멕시코 체류 중 푸에르토 바야르타 클럽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 멕시코 당국은 지난달 27일 무렵 해당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몸 상태를 확인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풍토병화된 바이러스로 천연두(두창)와 증상이 비슷하다.
지난달 7일 영국에서 감염 사례가 나온 이래 유럽과 미주·중동·호주 등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환자와 밀접 접촉하지 않고도 감염되는 소수의 사례가 나오면서 공기 중 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나이지리아에선 감염자와 직접 접촉이 없었던 의료진 2명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사례가 있다.
원숭이두창 발생 초기에는 젊은 남성 성소수자들이 성적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사례가 많았다. 또 환자가 타인과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감염이 확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공기로 전파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로자먼드 루이스 WHO 긴급 대응 프로그램 천연두 사무국장은 “타인과의 밀접 접촉이 주된 전파 경로”라면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에어로졸 형태의 미세 침방울에 의한 감염 여부는 아직 완전히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WHO는 현재까지 비풍토병 지역 29개국에서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1000건 넘게 보고됐다면서, 원숭이두창이 비풍토병 지역에도 자리 잡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