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통신 등 외신의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남동부의 한 농촌에 거주해 온 11세 소녀는 지난 16일부터 발열 등의 증상을 보여 수도 프놈펜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 도착한 후에도 열이 39도까지 오르고, 기침과 인후통 등의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22일에서야 이 소녀가 조류독감에 감염됐다고 진단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가 사망했다.
캄보디아 현지 언론인 크메르 타임스는 24일 “사망한 11세 소녀 외에도 의심환자 12명에게서 조류독감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어린이들이 집에서 기르는 가금류에 직접 먹이를 주거나 알을 수거하는 일, 또는 새와 놀거나 새장을 치우는 과정에서 조류독감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포유류 동물 간 조류독감 바이러스 전염 우려 급증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2003~2014년 H5N1형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람은 총 56명이며, 이중 37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21세기 들어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약 870건이며, 이중 457건의 사망이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가금류와 직접적인 접촉을 할 경우 조류독감에 감염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러 포유류 동물 간 전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간에 전염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몇 주 동안 밍크와 여우, 바다사자와 같은 포유류에게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일부 포유류 동물은 조류독감에 감염된 새를 잡아먹으면서 전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메사추세츠주(州)에 있는 싱크탱크 연구소인 뉴잉글랜드복합시스템연구소(NECSI)의 전염병학자이자 코로나19 TF 책임자인 에릭 페이글딩 박사는 “캄보디아 사례가 조류독감의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전염은 아니길 바라지만, 이제는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면역학자인 아르투로 카사데볼 박사 역시 “캄보디아의 조류독감 의심 환자들이 조류에서 전염된 것인지, 인간 간의 전염으로 감염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H5N1형 조류독감은 야생 조류 및 가금류 사이에서 25년 동안 확산돼 왔다. 그러나 최근 이것이 포유류에게까지 넘어오고 있어 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월 에콰도르에서도 9세 소녀가 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 최초로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람이 됐지만, 다행히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회복했다.
한편, 지난 1년 여 동안 미국에서만 5800만 마리, 전 세계에서 2억 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살처분 됐지만, 확산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