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일본인 A씨는 이달 초 출장 차 파키스탄을 찾았다가 수천 만원이 든 돈 가방을 잃어버렸다.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하지 못해 더욱 막막한 상황이었다.
망연자실해 하고 있던 그에게 다음날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돈 가방을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는 것. 그가 묵었던 시내 한 호텔의 청소부로 일하는 에사 칸(50)이었다.
A씨가 돌려받은 가방에는 현금 5만 달러(6000만원)가 그대로 있었다. A씨는 일정금액을 사례로 주려고 했으나 청소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한사코 거절했다.
BBC에 따르면 이 호텔에서 20년 간 청소부로 일해 온 칸의 월급은 235달러(28만원). 자녀 5명을 키우기에 빠듯한 돈이었으나 그는 객실 구석에서 덩그러니 남겨진 월급의 200배에 달하는 돈을 보고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도 이 돈을 가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설사 버려져 있더라도 이 돈은 내 돈이 아니고 엄연히 주인이 따로 있는 돈이다. 손님들의 물건을 찾아주는 건 나의 의무이며 이슬람교인 나는 그 어떤 물건도 훔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텔 측은 이 내용을 알고 칸에게 포상을 했다. 매니저 라지두딘은 “칸은 계속 상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난 20년 간 성실히 근무하고 손님의 돈 가방을 정직하게 찾아줬기 때문에 소정의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알렸다.
최근 칸은 정직한 시민들에게 주는 파키스탄 대통령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칭찬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라서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면서도 이 일이 국가의 테러리스트 이미지를 벗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파키스탄에 테러리스트들만 산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이곳에도 정직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돼버렸지만 사실 그 보다 더 중요한 걸 아는 사람들이 파키스탄에는 많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에사 칸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