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산타크루즈 캠퍼스 연구진은 지구 상에서 거대 곤충이 사라진 이유가 대기 중의 산소량 감소보다 조류의 등장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4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곤충은 지구 상에서 가장 작은 생물 중 하나지만 3억년 전에는 매우 거대했다. 그 예로 ‘메가네우라’라는 거대 잠자리는 날개를 펼칠 때 그 너비가 약 70cm나 됐다. 이는 현생 까마귀보다 조금 작은 정도라고 연구를 이끈 매튜 클라팜 교수는 설명했다.
선사 시대의 곤충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원인은 대기 중에 산소가 30% 이상 포함돼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기 중 산소가 21%인 것에 비하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거대한 몸으로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클라팜 교수는 약 3억 2000년 전부터 나타난 곤충 화석 1만 500점 이상을 조사해 날개 폭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그는 “산소 농도의 상승과 함께 곤충의 몸집이 커졌으며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소형화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약 1억 5000만년 전 쥐라기에 상황이 달라졌다. 공룡과 함께 새가 등장하면서 날개를 가진 곤충의 거대화도 그치고 말았다. 산소 농도가 더욱 상승했음에도 말이다.
이에 대해 클라팜 교수는 “산소는 곤충 크기의 중요한 제한 요인이 되지만 조류가 진화하면서 곤충의 크기는 새에 의해 국한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거대한 곤충은 새들에게 지고 말았던 것일까.
클라팜 교수는 “비행하는 생물의 운동 능력은 크기에 달려있으며 몸집이 작을수록 기동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이는 커다란 곤충이 새의 표적이 되면 쉽게 도망칠 수 없었거나 이들 새가 곤충의 먹이를 소비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클라팜 교수는 “잠자리는 육식성으로 자신보다 작은 곤충을 먹이로 삼았다.”면서 “쥐라기에 조류와 거대 잠자리는 같은 먹이를 놓고 서로 경쟁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익룡이 곤충의 크기에 영향을 미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익룡은 조류 이전에 등장한 하늘을 나는 파충류로 이들 거대 곤충을 포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클라팜 교수는 “익룡이 나타난 뒤 곤충의 크기는 산소 농도의 예상 범위 내에서 거대화했다.”면서 “조류와 달리 익룡은 비행 중 빠른 움직임을 보일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조류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오늘날 곤충은 지금보다 훨씬 컸을 수도 있다. 클라팜 교수는 현재 산소 농도에 근거해 “가장 큰 곤충은 3배 이상 더 커질 수 있다.”면서 “모든 곤충이 지금보다 3배 이상 커지진 않지만 성장 한계점이 상승해 대형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위키피디아)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