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보다

[와우! 과학] 우리가 외계인만 찾는다고?

작성 2015.07.24 13:39 ㅣ 수정 2015.07.2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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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뱅크 전파 망원경
Image courtesy of NRAO/AUI


최근 러시아 억만장자인 유리 밀너(Yuri Milner)는 영국 왕립 학회에서 외계인을 찾기 위한 연구를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를 비롯한 과학계 인사들은 즉시 환영의 뜻을 보였다.

그런데 사실 외계인 찾기 프로젝트는 지난 수십 년간 막대한 연구비와 인력만 투입되고 실제로 외계인을 찾는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SETI처럼 처음에는 국가 기관의 지원을 받았던 연구도 지원금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사업에 국민의 세금을 투입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인데 도대체 왜 유리 밀너는 이 사업에 거금을 투자했고 과학자들은 여기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연구에서 찾는 것은 단지 외계인이 아니다. 좀 더 넓게 보면 사실상 전파 천문학 지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 눈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선 전파 망원경

인류는 우선 두 눈을 이용해서 천문을 관측했다. 눈의 한계를 뛰어넘는 광학 망원경의 발명은 과학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도약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많다. 즉, 가시광 파장 외의 파장으로만 볼 수 있는 천문 현상도 많다는 것이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파장의 관측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 중에서 전파 망원경의 발명은 광학 망원경에만 의존해야 했던 관측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제 천문학자들은 다양한 파장의 전파 신호를 수신해서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파악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세계 곳곳에는 거대한 접시 모양의 안테나를 가진 대형 전파 망원경들이 등장했다.

수십에서 수백m 지름의 전파 망원경으로도 만족할만한 성능을 얻을 수 없을 때, 천문학자들은 여러 개의 전파 망원경을 사용해서 하나의 큰 전파 망원경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렇게 해서 엄청난 크기의 전파 망원경이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측을 하는 알마(ALMA) 같은 거대 전파 망원경 시스템도 등장했다.

더 나아가 아예 전 세계의 거대 전파 망원경들을 하나로 묶어 하나의 강력한 망원경처럼 사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한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이 대표적 사례다.

- 전파 천문학에 단비 같은 기부

하지만 인간의 가진 자원, 특히 돈은 무한할 수가 없다. 국가적으로 새로운 망원경에 집중해야 하거나 혹은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단순한 이유로 전파 망원경이 폐쇄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유리 밀너의 통 큰 기부로 새 생명을 찾게 된 파크스 전파 망원경(Parkes radio telescope)이 그런 대표적 사례다. 호주 정부가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SKA. Square Kilometer Array)라는 새로운 전파 망원경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파크스 전파 망원경은 2016년 폐쇄될 운명이었나 단비 같은 이번 기부로 새 생명을 찾았다.

148m의 높이에 100m 지름을 가진 유명한 그린뱅크 전파 망원경(Greenbank telescope, 사진 참조) 역시 2017년까지 새로운 기부 파트너를 찾지 못하면 폐쇄될 운명에 처했지만, 이번 기부를 통해 생명 연장의 꿈을 이뤘다.

세티(SETI)프로젝트에 속한 여러 전파 망원경들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더 다양한 관측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수집된 다양한 정보들은 외계인을 찾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천문학자들에게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서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과학자들이 이번 기부에 적극 환영 의사를 보인 이유 중 하나다.

- 외계인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번 기부의 목적 가운데 여전히 외계인 찾기는 가장 중요한 목표다. 많은 과학자가 생명 현상이 우주에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문명을 지닌 외계인을 찾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는 30억 년 이상이라고 생각되지만, 인류의 등장은 20만 년 전이며 그나마 인류가 전파를 통신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 우주국은 과거 물이 있었던 화성이나 유로파처럼 현재 물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장소에서 외계 생명체 탐사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더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찾을 수 있는 생명체는 단순한 박테리아가 될 가능성이 제일 크다.


그러면 전파로 통신을 할 수 있는 외계인과 만날 가능성은 '0'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이번 기부로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할 것이고 이중에서는 자연적으로 생겼다고 보기에는 이상한 전파 신호가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모래알 하나 찾기나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0'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유리 밀너는 가장 가능성 있는 디지털 전파 신호에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이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외계 문명을 찾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정보는 과학 발전과 인류를 위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진짜 외계 문명을 발견하게 되면 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로 기록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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