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영욕의 시간 견딘 부평깡통시장… “인천 아닌 부산입니다”

작성 2016.04.14 16:45 ㅣ 수정 2016.04.1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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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깡통시장의 입구. 수많은 먹거리가 가득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부평깡통시장의 입구. 수많은 먹거리가 가득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사진1> 영화 ‘국제시장’의 ‘꽃분이네’ 가게 실제 촬영 장소. 이 곳은 현재 수많은 관광객들의 사진 세례만을(?) 받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나 진짜 힘들었거든예"

영화 ‘국제시장’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대사이다. 늙어버린 주인공(황정민 분)이 사진에 담긴 젊은 아버지에게 회한을 담아서 울먹이는 장면은 바로 ‘부산’이라는 항구 도시가 지닌 근대사(近代史)의 고단한 단면을 여지없이 잘 드러내주고 있다.

바로 이 ‘국제시장’을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영화 흥행의 덕을 단단히 보고 있는 시장이 바로 부산의 명물 ‘부평깡통시장’이다. 흔히들 ‘부평’이라고 말을 하면 대개는 ‘인천’을 떠 올리지만 기실 부산의 최초 근대 상설 시장의 명칭이 ‘부평깡통시장’(최초의 명칭은 부평정시장)인 것이다.

도시를 관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에서 길을 잃는 것이라고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1892~1940)은 말했다. 시장은 바로 ‘길을 잃어버려야’ 할 도시에서 ‘길을 잃어버려야’ 할 지점을 정확히 알려준다. 즉 시장은 관광지와 주거지의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경계 지점인 것이다. 부평깡통시장은 이런 경계 지점에서 명확히 스스로의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부평깡통시장은 시장이라는 도심의 경치에서 어느덧 낯선 풍경으로, 낯선 풍경이 다시 익숙한 장면으로 관광객들에게 체화(體化) 되는 공간임은 분명하다.


부평깡통시장, 모양은 시장이지만 주제는 역사다. 100여년 세월의 궤적이 담긴 메시지를 분명히 담고 있음은 당연하다. 도시의 시장은 늘 여행객들에게는 제 1의 방문장소이다. 그러나 똑같은 시장이라도 어떤 역사 속에 담겨 있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팩트이다. 특히 여행객에게는. 물론 꼭 시장이 그러한 역사의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한 발 짝을 물러설지라도 어쨌든 시장은 도심의 여타 관광지와는 확실히 질감과 무게감이 다르다. 바로 부산에서 가장 치밀한 세월의 풍경을 지닌 시장, ‘부평깡통시장’을 4월의 초입에 찾았다.

부평깡통시장은 역사가 뼛속까지 깊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초량동(현재 부산역 앞)에 위치한 일본인들의 거주지인 초량왜관이 부평동, 광복동, 남포동, 신창동 지역인 중구로 이전하였다. 이후 부산 중구는 일본인들의 대표적인 주거지가 되었고, 늘상 일본문화와 더불어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서양문화가 넘실되던 곳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신문물을 가장 처음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현재의 부평깡통시장 인근이었다. 1914년 부평정시장이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주로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점포들이 모여 있어 이미 그 당시에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는 관부연락선을 통해 일본의 문물들이 가장 먼저 발을 딛는 곳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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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수입물품 가게의 모습. 흰 LED등 밑에 자리 잡은 수많은 외제물품들이 부평깡통시장의 멋진 풍경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수입물품 가게의 모습. 흰 LED등 밑에 자리 잡은 수많은 외제물품들이 부평깡통시장의 멋진 풍경이 되고 있다.


그러다 해방 이후 부평정시장에서 자연스레 부평시장으로 명칭이 변하였지만 외국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해방 전과 마찬가지로 부평시장으로 향하였다. 이후 1970년대 베트남 전쟁을 겪으면서 수많은 미군 물건들이 암거래 형태의 거래장소로 택한 곳도 이 곳 부평시장이었다. 유독 통조림 제품이 많은 미군 군수물자의 명칭에서 현재의 부평깡통시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 전자제품부터 양주, 담배, 화장품, 옷, 미군 군수물자, 전투식량(C-ration) 등 외제 중에서 구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전국최고의 명성을 누리게 되어 부평깡통시장은 80년대와 90년대에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외국제품의 수입이 자유로워지자 쇠락해가던 부평깡통시장은 그 화려한 암거래(?)의 명맥을 먹거리 상품으로 옮기게 되어 2013년 10월 전국 최초의 먹거리 중심의 야시장을 개장하여 다시금 예전의 이름값을 찾게 되었다. 현재 부평깡통시장은 평일 기준의 방문객이 3000여명이 넘으며, 주말에는 700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부평깡통시장에서 원단 부자재를 판매하는 상인 이대훈(31)씨는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으로 인해 여행객들이 발길이 이어진다고 말을 하면서 환한 미소를 짓는다. 이렇듯 부평깡통시장은 분명 제 2의 도약기를 맞이함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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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깡통시장은 바로 한국 오뎅 역사가 시작한 곳이다. 단연 오뎅은 부평깡통시장이라고 부산 사람들은 말한다.
부평깡통시장은 바로 한국 오뎅 역사가 시작한 곳이다. 단연 오뎅은 부평깡통시장이라고 부산 사람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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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부주머니와 죽, 튀김, 빈대떡 등 먹거리가 풍부하다. 늘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제공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유부주머니와 죽, 튀김, 빈대떡 등 먹거리가 풍부하다. 늘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제공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막상 부평깡통시장을 방문해보면 이 곳은 도시의 빈틈없는 계획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고단한 도시민들의 생의 감각으로 버티어 온, 시장 어디를 보아도 확인할 수 있는 나름의 튼튼한 생명력은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든다. 비록 지금은 유명 관광지로서의 형태는 변한 듯하지만 그럼에도 시장으로서 본질은 그대로여서 변화와 새로움, 그리고 시간을 넘나드는 세월의 기호(記號)가 시장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여행지로서의 시장은 어딘가 뜬금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주제가 갖는, 고갈되지 않은 정직한 삶의 기반을 통해 여행객들은 스스로가 지닌 생활의 결을 여행지에서 볼 수도 있다. 부평깡통시장 상인들의 거친 손으로 만든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부산’이라는 항구도시의 결을 이 곳에서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부평깡통시장에 대한 사소한 여행 일문일답>

1. 꼭 가봐야 할 곳인가?
- 시간이 된다면, 혹은 재래시장을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한 번 정도는.

2. 누구와 함께?
- 어머니와 함께

3. 교통편?
- 부산 지하철1호선 :자갈치역 3번 출구 북쪽으로 200m / 버스: 1) 보수동책방골목 하차 : 40,81,135번 2) 부평시장 정류장 :8,11,96,103,126,1000번 3)김해공항리무진 : 남포동 하차

4. 인근 편의시설, 주차장?
- 부평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시장 주변은 말 그대로 교통체증이 365일 일어나는 곳이어서 감수해야 한다.

5. 유명세에 비하여 실제 모습은?
- 좀 유명한 시장 정도이다. 하늘에서 떨어질 만큼 놀랍지는 않다.

6. 관광지의 사람들의 친절도?
- 하루 종일 수많은 관광객들을 상대해서인지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가진 고수들이다.

7. 전문성은?
- 부산 최초 근대 상설시장. 짐작 가지 않나?

8. 관람시간과 입장료의 가성비?
- 시장이다. 다만, 가게 안을 볼 때 어느 정도 구입할 마음을 갖고 가게에 들어가도록. 저녁 7시 이후가 볼 만하다.

9. 감탄하는 점?
- 정말 먹거리 하나는 풍부하다. 특히 오뎅!! 무료 시식으로 한 끼 식사가 가능할 듯.

10. 아쉬운 점?
- 다들 바쁘셔서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좀 더 친절했으면, 좀 더 잘 될 듯하다.

11. 운영진에게 한마디?
- 백주부님(?)과 인연을 맺은 이후로 부평깡통시장은 새로운 역사를 맞이한 듯. 그 분에게 표창장을.

12. 여행 전 기대감과 후기?
- 큰 기대를 가질 필요는 없다. 그냥 시장이다.

13. 추천하고픈 사람?
- 어머니와 여행을 나온 자매들. 연애 1년차 이상의 연인들.

14. 비추하고픈 사람?
- 아버지와 여행을 나온 형제들

15. 기타 / 특징 / 웹페이지.
- 비빔당면, 유부전골,, 죽, 오뎅, 통닭, 떡복기, 돼지국밥 등등 먹거리 타운이다. 또한 저렴한 생활 수입물품의 전시장. (부평깡통시장 홈페이지 : http://www.bkmarket.co.kr/ )

16. 쇼핑매력도
- 일본산 생활 소품들은 최강이다. 특히 주방용품들.

17. 숙박편의성
- 부산이다. 고민할 거리가 안 된다.

18. 인근 관광지 매력도
- 바로 옆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 보수동 책방 골목. BIFF거리,

19. 꼭 봐야 할 것은
- 다들 소소히 볼 만하다. 그 중에서 오뎅의 힘!! 바로 이 곳 부평깡통시장이다.

20. 총평
- 무조건 위(胃)를 비우고 갈 것!! 처음부터 끝까지 먹거리 여행을 목적으로 한다면 만족할 듯.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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