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약(藥)은 독(毒)이며, 사용하는 양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연금술사였으며, 근대 약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파라셀수스의 말이다. 독은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그야말로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단 뜻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뱀의 맹독이 ‘부작용 없는 아스피린’으로 쓰일 수 있단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타이완국립대학팀은 지난 12일 동맥경화·혈전증·혈관저널(Journal of 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에 뱀독의 혈전 생성 억제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동남아에 서식하는 ‘사원 살모사(Temple Viper·학명 Tropidolaemus wagleri)’의 독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독에서 혈전 생성 억제 기능이 예상되는 단백질(trowaglerix)을 추출해 실험용 쥐에게 주입한 것.
결과는 놀라웠다. 단백질을 주입한 쥐의 혈전 생성 속도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줄었고 출혈도 심하지 않았다. 아스피린 등 기존 항혈소판제는 혈액 응고를 억제해 혈전 생성을 막는 대신 과출혈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번 연구로 사원 살모사의 독이 해당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약 개발에 사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한다. 연구팀 책임자 제인 챙 박사는 “해당 독의 분자구조가 신체에서 오래 지속되진 않는다”며 “몸 전체에서 기능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진 수습기자 oh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