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들이 주인과 함께 평화행진을 벌였다. 맹견이라면 겁부터 먹는 시민들에게 인상은 험악(?)하지만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열린 행사다.
행사가 열린 곳은 멕시코시티. 목줄을 한 맹견들은 주인들과 함께 걷기에 나서 평화롭게 떼지어 이동했다. 유모차를 탄 아기가 맹견들 사이로 함께 이동하는 등 걷기행사는 무척이나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걷기 행사에는 특히 핏불이 대거 참여했다. 핏불은 도베르만, 로트와일러, 도고 아르헨티노 등과 함께 널리 알려진 대표적 맹견이다.
멕시코시티에선 최근 맹견이 사람을 물어 죽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가장 최근 사건에선 3살 여아가 목숨을 잃었다. 아이는 정원에서 놀다가 2마리 핏불의 공격을 받고 무참히 살해됐다. 아이의 부모는 출동한 경찰의 총을 빼앗아 핏불을 사살하려 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 멕시코시티에선 맹견, 특히 핏불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맹견에 대한 관리를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드높아졌다.
일각에선 “아예 맹견을 키우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핏불을 반려견으로 둔 사람들이 걷기행사를 기획한 건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서다. 핏불에 대한 반감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이미지 개선을 고민하다가 결정한 게 평화로운 걷기행사였다.
물론 이날 행사에선 돌발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주인을 따라 차분하게 걷는 맹견들에게 일부 시민들이 다가가 쓰다듬기도 했지만 맹견들은 전혀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핏불을 키운다는 한 남자는 “특정 견종에 대한 선입관을 갖는 건 옳지 않다고 보고 행사에 참가했다”며 “맹견이라고 무조건 사람을 공격하는 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가 나는 건 보통 사람이 개를 자극하기 때문”이라며 “맹견도 충분히 평화롭게 사람과 지낼 수 있는 훌륭한 친구”라고 덧붙였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