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01년 이집트 북쪽 베이트 칼라프 인근 사막에서 고대 이집트 왕의 무덤이 발견됐다. 이 주인은 고대 이집트 제3왕조의 첫 파라오인 사나크테였다. 기원전 2686년 부터 18년 간 재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스위스 취리히 대학 연구팀은 사나크테가 생존 당시 거인증을 앓은 것으로 추정돼 사실이라면 역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거인증 사례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아동기부터 나타나는 거인증(Gigantism)은 성장호르몬이 과도하게 나와서 키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자라는 희귀 질환이다. 특히 고대에는 거인증의 발병 확률이 더 적었을 것으로 보여 유골이 발굴되는 일 역시 매우 드물다.
이번에 연구팀은 당시 발굴됐던 사나크테의 유골을 분석해 거인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흥미로운 것은 사나크테의 키다. 그의 키는 대략 187cm.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장신 축에는 속하지만 거인증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인의 평균 키가 162.5cm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크다.
연구를 이끈 프란체스코 M. 갈라시 박사는 "일반적으로 파라오는 평민들보다 훨씬 영양상태가 좋아 평균 키보다 크다"면서 "그러나 사나크테의 경우에는 이를 고려해도 월등하게 크며 왕가에서도 가장 큰 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들보다 큰 키가 공포를 일으키거나 통치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차후 DNA 분석을 통해 사실로 드러난다면 역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거인증 사례가 된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