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병 등을 유발하게 하는 ‘흡혈파리’인 체체파리의 정밀 구조를 분석한 결과가 공개됐다.
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는 체체파리는 흡혈성 소형파리로, 사람과 가축 야생동물을 습격하며 질병을 전염시킨다. 행동이 대단히 민첩하고 비상거리도 수 ㎞에 달하며, 낮에도 민첩하게 활동하며 흡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체체파리에 의해 감염되는 수면병은 발열과 두통, 관절통증 등을 유발하다가 기면상태가 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동물에게 옮기는 나가나병의 경우 근육마비 증상이 먼저 나타난 뒤 역시 사망할 수 있다.
영국 브리스틀대학 연구진은 초정밀 스캐닝기술을 이용해 체체파리의 형태를 자세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체체파리에게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늘어져 있으며, 이를 이용해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를 뚫고 흡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체체파리는 흡혈하는 과정에서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혀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일종의 혈액응고방지제를 뿜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자연 혈액응고방지제는 혀에서 만들어진 뒤 좁은 관처럼 생긴 주둥이를 통해 내뿜어진다.
체체파리의 몸통에 이 같은 형태와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연구진은 혈액응고제가 내뿜어지는 좁은 주둥이 주변으로 마치 손가락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형태의 기관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손가락처럼 생긴 기관들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갯지렁이나 모기처럼 피를 빨아먹는 다른 곤충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은 기관”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체체파리로 인한 수면병 감염자는 2013년 5967건에 달하며, 에티오피아에서는 체체파리 때문에 사람과 가축이 접근하지 못하는 비옥한 영토가 22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체파리에 대한 연구결과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국제학술지 ‘기생충 및 백터‘ (Parasites and Vectors) 10월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