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네 소원이 무엇이냐?…서울 경교장

작성 2017.10.26 09:43 ㅣ 수정 2017.10.2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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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범 김구 선생이 안두희의 저격을 받아 서거할 당시 입고 있었던 저고리와 바지. 옷 전체에 혈흔이 남아 있고, 저고리에는 탄흔이 남아 있다.


“나를 왜놈으로 착각하는가! 친일파의 근성을 바로잡지 못하거든 썩 물러가시오!”(자유인 자유인, 리영희, 1990)

환국 후 백범(白凡)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도둑처럼 찾아온 광복으로 인해 진짜 ‘도둑들’인 친일파들은 그들의 구명(救命)을 조건으로 수많은 임시정부 출신 정치인들에게 손을 대고 있었다. 광복 후 어지러운 세상이었다.


막무가내로 경교장으로 밀고 들어 온, 박씨의 보따리에는 3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요새 돈으로 수 십억이 넘는 액수였다. 친일파였던 자신의 목숨값이었다. 당장 내일 쌀도 못 구할 만큼 빠듯한 경교장 살림살이에 마음 한 번 흔들릴 법도 했음직했다. 하지만 김구 선생은 단박에 거절한다. 그의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화다. 서울 경교장으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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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교장의 모습. 1938년에 지어진 일본 강점기 시절의 대표적인 고급 저택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각료들이 마지막으로 사용하였던 건물이다.


경교장(京橋莊)은 광화문과 서대문 사이, 즉 현재의 서울 강북삼성병원 부지 내에 있는 전형적인 일제 강점기시절의 건축물이다.

또한 광복 이후 이승만의 이화장(梨花莊), 김규식의 삼청장(三淸莊)과 더불어 한국 현대사의 주무대가 된 곳이자, 개인자격으로 돌아온 대한민국 임시정부 각료들이 머문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 기능을 한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백범은 1945년 11월 23일부터 1949년 6월 26일 흉탄에 서거하기까지 그의 마지막 삶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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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윤봉길(1908~1932) 의사의 시계였으나, 윤봉길이 의거를 위해 상하이 홍커우공원으로 떠나던 날 김구의 시계와 맞바꾼 것이다.


원래 경교장의 이름은 죽첨장(竹添莊)이었다. 이는 1884년 갑신정변 시기에 일본 공사인 다케조에 신이치로(竹添進一?·1842~1917)가 살았다고 해서 이 주변을 다케조에마치(竹添町·죽첨정)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1938년 7월에 지어진 지하 1층과 지상 2층의 서양 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이다. 또한 당시 경성(京城) 안에서는 최고의 아름다운 건물 중의 하나이기도 하였다. 건물 내부에는 외부인을 위한 접견실, 당구장을 위시한 오락 시설, 냉난방 시설에 호화로운 샹들리에까지 있는 전형적인 거부(巨富)의 저택이었다. 집주인은 당시 ‘황금대왕’이라는 별칭을 지닌 금광업자 ‘최창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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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위원회등 임시정부의 대표적인 회의들이 개최되고, 김구가 국내외 주요 인사들을 접견했던 곳이다.


최창학은 1937년 중일전쟁 당시 비행기 1대를 일본 군부에 기증한 적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위한 단체인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에 기금 10만원을 기부한 전력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하니 경교장의 무상제공은 결국 그의 친일 전력에 대한 물타기용으로 밖에는 볼 수 없었다. 후일 김구 선생이 급서(急逝)하자마자 불과 58일 후에 김구 선생의 유족들은 경교장을 떠나야 했고, 나머지 임시정부의 각료들도 뿔뿔히 흩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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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의 인장과 김구가 1949년 3월 1일 임경일에게 증정한 백범일지 친필 서명본.


이후 경교장(京橋莊)은 한국 전쟁 전에는 자유중국 대사관으로, 전쟁 중에는 미군 특수부대 주둔지로 사용되다 1956년부터 1967년까지 주한 월남대사관의 관저로 사용되었다. 그러다 1967년 고려병원(현재 강북삼성병원)에 건물은 매각되었고, 2010년까지 병원 시설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2001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 129호로 지정이 된 이후 2005년에는 국가 지정문화재 사적 제 465호로 승격이 되어 2011년 3월부터 복원공사를 진행한 뒤 2013년 3월 1일에 개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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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교장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환국 당시의 물품이나 김구 선생의 유품들을 잘 보존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마지막 삶을 함께 한 곳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비원(悲願)이 남아있는 경교장(京橋莊)을 둘러보는 것도 의미 가득한 발걸음이 될 듯 하다.

<경교장(京橋莊)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한국 현대사의 비원(悲願)이 서린 곳으로 가치가 있다.

2. 누구와 함께?

-중, 고등학교 자녀가 있는 가족이나 현대사에 관심있는 누구라도.

3. 가는 방법은?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도보 5분), 광화문역 2번 출구(도보 10분)/ 02-735-2038

4. 눈 여겨 볼만한 것은?

-당시 임시정부 각료들의 삶의 치열함, 김구 선생의 마지막 흔적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명성에 비하여 관람객들이 많지 않다. 관람료 무료.

6. 꼭 봐야할 장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김구 거실(집무실), 복원된 유리창의 흉탄 흔적.

7. 먹거리 추천?

-김치찌개 ‘한옥집’(362-8653), ‘둘리분식’(312-6279), ‘돈까스백반 정동점’(733-7339), 브런치 ‘롤링핀’(010-8082-9284), ‘이천냥 김밥’(734-2084) / 지역번호 02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chd.museum.seoul.kr/chd/information/useInfo/ggjGuideInfo.js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경희궁, 서대문역사박물관, 경찰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法統)의 마지막 흔적 속에서 지금의 우리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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